▲ IBK기업은행 오유란.

KOVO는 올 시즌 더욱 재미있는 리그를 운영하고자 다양한 변화를 줬다.

이 중 하나가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등 번호를 기존 1∼20번에서 1∼99번까지 확대하고, 감독 복장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22/23 시즌에는 다양한 등 번호를 가진 선수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누가 새로운 번호를 선택했고, 해당 번호를 선택한 특별한 사연은 무엇일까.

-동경하는 선배를 닮고 싶은 신인

KB손해보험 신인선수 배민서, 배상진, 박현빈은 각각 동경하는 스포츠 선수의 등 번호를 자신의 프로 첫 등 번호로 정했다.

배민서는 자신과 같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롤 모델 선배를 번호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동일팀 선수의 번호는 사용이 불가하기에 소속팀 선배를 제외한 선수들 중 평소 동경했던 한국전력 신영석과 대한항공 김규민 중 한 명의 번호를 따르고자 했고, 고민 끝에 신영석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22번을 자신의 첫 등 번호로 결정했다.

한편, 배상진은 NBA 농구팀 가운데 소속팀인 KB손해보험의 유니폼과 같은 노란색 유니폼의 LA레이커스, 그중 최고의 스타였던 고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은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24번을 택했다.

또 99번을 택한 박현빈은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 류현진처럼 세터로서 빠르고 정확한 공을 공격수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 신인선수 김윤우가 프로 데뷔 전 팬이었던 소속팀 선배 박민지의 12번을 따르고 싶었지만 동일팀 선수의 번호 사용 불가로 유사한 22번을 등 번호로 결정했다.

-나이와 생일에 의미를 담아 선택!

본인 나이와 생일에 의미를 담아 등 번호를 택한 선수들도 있다.

올해 나이 23살인 삼성화재 신인선수 박성진이 23번, 내년인 2023년 25살이 되는 KB손해보험 신인선수 최요한이 25번을 택했으며, 삼성화재 신인 안지원은 언제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21살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에 21번을 등 번호로 정했다며 의미를 밝혔다.

IBK기업은행 수련선수 오유란은 “중고등학생 때는 줄곧 4번을 했었는데 이제 곧 스무살이 되는 기념으로 20과 4를 더한 24번을 선택했다”며 등 번호에 담긴 뜻을 전했다.

한편, 남자부의 현대캐피탈 박준혁(23번), 여자부의 현대건설 김주하(24번), 이나연(25번)은 자신의 생일 날짜로 등 번호를 변경했으며, 삼성화재 외국인선수 이크바이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절친의 생일을 기리기 위해 24번을 등에 짊어졌다.

-새로 바뀐 감독 복장 규정, 입장은?

선수들이 새로운 등 번호로 변신을 꾀했다면 각 팀 감독들 또한 새롭게 바뀐 감독 및 코칭스태프 복장 규정에 맞춰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완화된 대회 운영 요강에 따라 감독들은 정장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과 구단 트레이닝복을 입을 수 있게 됐다. 감독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이에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지금껏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어 왔기에 정장보다 자연스럽다.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 유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며 “구단 트레이닝복 말고도 다른 옷을 입을 수 있다면 면바지에 체크 패턴이나 스트라이프 디자인에 색이 들어간 셔츠를 입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과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 또한 “코트에서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단 트레이닝복이 선수, 코칭스태프와 같이 호흡하기에 좋고 구단 및 스폰서 홍보에도 효과적인 것 같다”는 긍정의 의견을 표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정장을 입는 전통을 지키고 싶다. 구단 트레이닝복이 편할 것 같지만 선배로서 힘들더라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역시 “도로공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내가 정장을 입은 모습만 봐서 그런지 정장 입은 모습이 익숙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서 당분간은 정장을 착용할 것”이라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구단 트레이닝복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평소 입던 정장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고 코트에 나서고 있는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김희진이 풀 세트를 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선수 대신 내가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희진이가 풀타임으로 코트에 복귀하게 되면 그때 다시 정장을 입으려 한다”고 말했다.

KOVO 관계자는 “선수 등번호와 바뀐 감독 복장 규정이 V-리그에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으로 또 어떤 새로운 등번호와 그에 얽힌 선수들의 재미있고 다양한 사연이 탄생할 지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