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문화예산 뒷걸음질이 심각하다. 내년 경기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본예산 안은 올해보다 10.1% 630억 원 줄어든 5577억 원으로 편성됐다. 전체 예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고작 1.9%에 그쳤다. 문화예산의 비중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2.1%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2%선마저 붕괴했다. 올해 전체 예산대비 문화예산 비중을 1차 추경까지 포함해 다시 계산하면 1.76%밖에 되지 않는다. 민선 1기 시절에 1%를 넘어선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도 민선 8기에 이르러 다시 1%대로 내려앉았다는 한심한 얘기다.
문화예산 3%는 민선 6기부터 제시된 약속이었다. 전체 예산의 3% 수준은 되어야 독자적인 문화 비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문화예산 3%'는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문화 분야 예산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도 살림살이를 긴축재정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는 하더라도, 민선 8기 문화정책의 실질적인 첫 해인 내년 예산을 이 정도밖에 책정하지 않은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문화는 투입 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 자긍심과 자부심은 경제와 사회 등 다른 모든 영역의 바탕을 이룬다. 하지만 문화의 효과를 계량적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따른다. 바로 이 때문에 문화예산을 홀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화를 한갓 장식이나 여가 취미 수준으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관점과 인식도 극복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영역은 지난 3년 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말 못할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 더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 나아가 문화자치 시대를 정착시켜야 하고, 예술인복지 수준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문화 인프라도 확충해야 하며, 미래문화산업의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체육과 관광 또한 할 일이 산더미다.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예산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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