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개선 방향, 주민 손으로 정한다

2005년 개항 日 중부국제공항
18년 경과 활주로 개선안 조사
수요 증가 전망에 증설 필요성
'국민 참여 보고서' 작성·공개
온라인·서면 병행 의견 수렴

일본 중부국제공항이 '공론화'를 통해 주민 갈등을 전문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40년 이상 앞서 군공항 소음 문제를 법제화하는 등 관련 시스템 마련에 적극적이었다.

 


 

▲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계류장에 일본 국적기와 LCC(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있다. 공항측은 항공 수요가 점차 늘어나자 제2 활주로 증설을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 /나고야=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계류장에 일본 국적기와 LCC(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있다. 공항측은 항공 수요가 점차 늘어나자 제2 활주로 증설을 지역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 /나고야=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코로나 엔데믹'에 시설 확장…공론화 필수

인천일보가 중부국제공항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공항 측은 나고야 등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지은지 18년 지난 활주로 개선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 길이 3290m, 폭 45m 규모의 공항 활주로는 2005년 5월 개항한 이후 줄곧 사용해 노후화 시기(20년)에 도래했다.

중부국제공항은 증가하는 항공수요 대응 차원에서 제2 활주로를 놓는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먼저 시민 공론화를 거친 뒤 결정할 방침이다. 길이 3500m, 폭 45m로 예정된 새로운 활주로의 경우 공항용지가 있는 인공섬 한쪽에 토지를 확장해 건설하는 방향이다.

만약 활주로 중심선 간격 1310m 이상 등 최적의 설계에 성공한다면 처리용량은 기존보다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부국제공항도 어느 나라의 공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펜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1000만명 넘었던 여행객 수요가 5분의 1 수준인 200만명으로 급감했고, 1주일에 486편이 오갔던 국제선 항공기는 89%가 줄어 50편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엔데믹 시기에 접어들며 국내선은 80%, 국제선은 10% 정도 회복했다. 중부국제공항은 여행 욕구 증가 등으로 내년쯤 완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기상 활주로 추가가 적절한 셈이다. 재해 발생 시 대체할 활주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서도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게 공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부국제공항은 지역 주민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우선 '활주로 증설 PI(Public Involvement·국민 참여) 보고서'를 작성,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각 창구에 게재했다. 총 27페이지로 구성된 보고서는 활주로 증설에 따른 설계도 및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항공수요 등 각종 데이터도 주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고 증설과 확장의 제각각 다른 사업을 시행할 시 경제성 효과, 예산 투입·환경 영향·소요 기간 등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나열했다. 주민들은 공항이 제시한 안을 고르고, 선택지 외에 다른 방안도 낼 수 있다.

중부국제공항은 이런 과정을 지나 향후 주민 여론을 모든 이해관계인이 확인하게끔 홈페이지 등에 공표한다. 의견 수렴 절차는 일정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요구가 많으면 연장까지 하게 돼 있다. 앞서 6~8월에도 공항 측은 활주로 개선 방안의 계획 수립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모집했으며, 회의와 설명회도 개최했다. 온라인과 서면 병행으로 의견을 받았다.

공항 측은 보고서 제일 앞면에 공론화를 향한 자신들의 의지를 이같이 피력하고 있다.

'여러분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의견을 받으면서 검토하는 방법을 실시합니다. 의견을 보내주세요.'

▶ 관련기사 3면 <[경기 신공항 ‘공론화’ 길을 묻다] 일본 중부국제공항 홍보그룹 과장 인터뷰>


/나고야=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공항은 ‘세금 낭비?’ 민간 투자로 법칙 깨트린 중부국제공항

공론화로 뭉친 지방자치단체, 경제계가 정부를 설득해 완성한 중부국제공항은 재정 조달 방식에서도 특이점이 있다. 자본금 약 1000억엔 가운데 50% 비율을 민간이 출자, ‘중부국제공항 주식회사를’ 설립하며 국비 부담을 줄였다. 토요타와 메이테츠 그룹, 중부전력 등 수백개 회사가 지역경제를 위해 자금을 댔다. 이후 무이자 자금, 정부보증채 및 시중은행 융자 등으로 사업비 약 7600억엔을 확보했다. 민간의 공사기법과 자재수급 방식을 활용해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1200억엔 가량 절감하기도 했다.

중부국제공항은 민간이 사장을, 정부 관료가 부사장직을 맡아 민·관 협력하에 운영한다. 5대째 토요타 출신 사장이 취임해 틀에 갇힌 공공 운영과 다른 방식으로 나아갔다. 효과는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중부국제공항이 투자한 테마파크와 상업시설은 공항이 항공 기능이 아니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세계적 공항 평가업체인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선정한 ‘최고의 지방공항 1위’ 지위를 8년째 획득한 배경에도 민간기업에서 보유한 고객 서비스가 큰 몫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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