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명 찾는 6만 도시…지역경제 '상생공항'

설계부터 운영, 시민친화형
항공 테마파크·관광 상품화
교통 인프라 덕 관광객 몰려
4층 옥상 '스카이덱' 대표적
뷰 감상·휴식·촬영인파 북적

지역사회와 기업의 요구로 탄생한 일본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이 항공수요를 충분히 확보하는 기능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상생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고, 공항을 시민들의 휴식처 등으로 조성해 기피시설 이미지까지 완전히 벗어냈다.

 

▲ 중부국제공항 홍보 테마파크인 '플라이트파크'에 퇴역한 보잉사 에어버스를 이용해 각종 카페와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1200만 찾아온 공항…'지역 발전' 토대

지난달 12일 오전, 고속도로를 타고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초입에 들어서자 다양한 모양으로 전시된 고양이 도자기가 줄줄이 눈에 띈다. '마네키네코(복고양이)'로 불리며, 지역의 명물이다.

마을 언덕에 있는 집채만 한 일본 최대 크기 도자기는 한번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코나메는 예로부터 도자기·벽돌·기와 등을 제작하는 '요업'이 활발했다고 한다. 그 전통과 더불어 해안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까지 보면 경쟁력이 충분한 지역이다. 하지만 인구 6만명이 채 되지 않고, 55.9㎢ 작은 면적에서 지역 발전은 한계가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한 계기는 국제공항 건설이었다. 2005년 2월 중부국제공항 개항 이후 지역 관광객 유입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국내 여행 수요는 무려 126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주일에 500편 가까이 운항이 됐다.

지역 관광은 활발해졌다. 실제 관광객 중 일부는 공항에서 내려 도코나메를 먼저 들린 뒤, 공항에서 바로 연결된 전철 등을 타고 다른 도시로 가는 코스를 이용 중이라고 한다. 공항회사 측은 도코나메 특화 관광 안내소를 마련, 가볼 만한 곳과 교통편 등을 홍보하는 중이다. 또 상업시설 내 지역 특산물 판매 공간도 별도로 두고, 이벤트와 공연 등을 열어 소상공인을 돕는다.

지역에는 도로망이 개설되고, 버스 노선이 증가하는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됐다. 바다 건너 도시로 향하는 쾌속선(HighSpeedBoat)도 운영돼 시민들의 이동 편의가 크게 좋아졌다. 애초 도코나메에서 미에현 등으로 가려면 지타시-도카이시-나고야시-야토미시 등을 거쳐 'n'자 형으로 2시간가량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쾌속선을 타면 시간이 약 50분으로 단축된다.

대형 쇼핑몰 및 마트도 생겼다.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의 경우, 일본 중부권에서 유일하게 도코나메에 개점했다. 토요타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산업단지가 다수 형성되기도 했다.

공항으로 직수출이 가능한 이점 때문이다. 과거 중부국제공항이 없을 때는 공장 물건을 트럭에 싣고, 딴 지역 공항으로 이동해 수출하는 까다로움 탓에 기업 입주가 원활하지 않았다.

한 현지인은 “도코나메는 나고야 시내나 타 지역에서 굳이 찾을 만한 곳이 아니었는데, 공항 건설로 생긴 인프라 덕에 사람들이 유입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 중부국제공항 홍보 테마파크인 '플라이트파크'에 퇴역한 보잉사 에어버스를 이용해 각종 카페와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 중부국제공항 4층 옥상에 무료로 마련된 '스카이덱'에 비행기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가족들이 이·착륙 하고 있는 각종 여객기를 관람하고 있다.

▲'기피'가 아닌, '사랑'받는 공항

중부국제공항이 특이한 건 공항을 관광 상품화했다는 점이다. 4층 옥상에 만든 '스카이덱'이 대표적이다. 비행기 이·착륙장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여기서 나라와 항공사별 여객·화물 비행기 기종은 물론, 기체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비행기는 원래 탈 때만 가까이서 보거나 하늘에 떠 있는 상태를 먼발치서 보는 존재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비행기를 친숙하게 접하는 이런 시스템을 중부국제공항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실제 당일 현장을 확인해보니 비행기를 보고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과 연인 등 인파가 가득했다. 커피를 들고 뷰를 감상하거나, 의자에 앉아 바람을 쐬며 휴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흰돌고래(벨루가)를 꼭 닮은 '벨루가XL' 등 희귀 기종이나, 화물 처리 과정 등을 구경하려는 '공항 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부국제공항은 미국 항공기 회사 보잉이 '보잉787' 부품공장을 설립, 생산과 해외 수출을 원스톱으로 하고 있다. 공항 측은 주기적으로 사진전을 열며 분위기를 돋운다.

중부국제공항은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민 친화형'을 지향해왔다. 다른 건물에 마련한 '플라이트파크'는 퇴역한 보잉787 1호기를 전시한 테마파크다. 지름 2.8m 달하는 엔진 크기, 3분의 1로 축소한 활주로, 비행기 실내와 조종실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보잉사는 전체 기종 생산의 35%를 차지하는 중부국제공항에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보잉787 1호기를 기부했다.

이 공간에는 항공기 작동 원리·구조와 항공 관련 직무 등을 설명하는 전시장을 비롯해 유아 놀이터, 레스토랑·카페시설이 함께 있다. 이 밖에 체크인 카운터 등이 있는 3층을 가면 곳곳에 일본 자객인 '닌자' 캐릭터 작품이 자리한다. 그 자체로 '관광지'인 공항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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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국제공항 4층 옥상에 무료로 마련된 '스카이덱'에 비행기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가족들이 이·착륙 하고 있는 각종 여객기를 관람하고 있다.

중부국제공항은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높낮이 차이가 있는 장소는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 단차를 없앴다. 터미널 출발(3층), 도착(2층)에서 버스터미널·전철 등으로 바로 연결된다. 이 밖에 발달·지적 장애 심리 안정실 마련, 동물병원과 연계한 반려동물 호텔 운영 등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 동료 3명과 기후현 지역에서 관광하러 온 카코가와(60)씨는 “공항에 내려서 스카이덱 등 시설을 이용하고, 도코나메의 명소도 둘러봤다”며 “굉장히 흥미로운 코스”라고 칭찬했다.

남편과 자녀 둘을 데리고 관광 온 카토우(42)씨는 “국내선을 이용해 지역을 관광하고 맛집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며 “공항이 편리하고 볼 게 많다”고 말했다.

/글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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