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관·재계, 함께 '수요 포화' 해법 모색하다

日 중부권, 제조업 중심지 부상
완제품·부품 공수 수요 늘어도
군·민 통합 나고야공항 역부족
지방정부·시민·경제단체 연대
타당성 연구·사업비 조달 앞장

경기도에서 한강 남쪽 지역은 약 1000만명 인구가 거주하고 생활과 경제·산업·문화 등의 규모가 거대한 '메가시티'다. 이곳에 최초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시민들은 유치 운동에 나섰고, 정치권은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난 선거를 계기로 민심에 응답했다. 지역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항을 짓는 과정은 늘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복잡스러웠다. 주거 등 기존 환경과 적합성, 비용 지출 등 과제에 대한 전반의 합의가 만만치 않다. 지방에서 출발한 제안을 국책에 반영하는 과정도 절대로 쉽지 않다.

이 시점 해외가 남긴 지방공항 성공 사례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인천일보는 일본 중부국제공항을 찾아가 확인한 공론화 절차와 지역과의 상생 방안, 경기국제공항 추진 상황 등을 상·중·하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민간·지방이 주도…'세계 1위'까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는 항만과 관광 등 인프라를 가진 지역이자, 국가 경제를 이끄는 '3대 대도시'로 꼽힌다. 동시에 '국제공항 도시(실 소재 도코나메시)'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흔한 공항과 다르게 특별한 역사가 존재한다. 2005년 2월 개항한 중부국제공항(별칭 주부국제공항·센트레아국제공항)은 '2022년 세계 최고 지방공항' 1위에 올라있다. 올해로 8년 연속 1위다.

지방공항 순위는 영국 전문 평가업체인 '스카이트랙스(Skytra)'가 이용객 설문조사, 이용 빈도,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매년 선정하는 항공분야 최고 권위 상이다.

주나고야 대한민국 총영사관 제공 자료와 업계 등의 각종 기록을 참고하면, 중부국제공항은 우선 지역 경제를 효과 있게 키우고, 항공 수요 처리를 원활하게 하고 싶어 한 민심을 정부가 받아들여 만들어졌다.

1990년대, 일본 중부권(아이치·미에·기후·후쿠이 등 9개 현)은 토요타 자동차 본사를 비롯해 자동차·소니·샤프·아사히맥주 등 등이 위치한 제조업 중심지로 날이 다르게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인구가 무려 약 2000만명, 캐나다 정도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했다고 한다.

당시 완제품과 부품 등을 수출하는 추세가 항만보단 항공으로 쏠리고 있었지만, 기존 권역을 담당한 나고야 공항은 좁은 시설에 군·민 통합형태로 운영됐다. 주거지와 밀접한 관계로 24시간 비행기가 뜨기 어려웠다. 거기다 2차 세계대전부터 있었기에 노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수요 포화'가 일어났다. 물류가 쏠리면서 나고야 공항은 전체 수출·수입 수요의 15~20% 수준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시민·경제단체들이 연대해 신공항 건설에 나섰다. 이들은 타당성 및 입지 등을 담은 공동연구를 실시, 정부에 거꾸로 건의하고 구체화하는 방법을 썼다. 보통, 공항 건설은 정부가 먼저 계획을 잡고 주도한다.

특히 정치권과 함께 정부 부처를 섭외해 상시 논의가 가능한 기구를 구축했다. 출자금에 필요한 약 1000억엔의 사업비 가운데 50% 이상을 중부지역 소재 대기업이 투자하는 등 국가 예산 비중을 줄이기도 했다.

아이치현은 2005년 3월에 만국박람회(엑스포)를 개최한다는 현안도 존재했다. 정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1998년 3월 관련법 제정 등 절차를 밟은 뒤, 중부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이른다. 중부국제공항은 도코나메시 시내로부터 약 8.3㎢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조성된 인공섬에 들어서 소음 공해와 환경 훼손 등의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강점도 보유한다.

▶관련기사 3면  <[경기 신공항 '공론화' 길을 묻다] 일본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성공 사례>

 

▲ 일본 나고야 남쪽 도코마네시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으로 조성된 중부국제공항 전경(왼쪽). 지난 2005년 개항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주, 유럽, 동남아 등 20여개국을 취항한다.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2년 7개월 만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지난달 11일 중부국제공항 도착홈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중부국제공항공사 제공
▲ 일본 나고야 남쪽 도코마네시 바다 한가운데 인공섬으로 조성된 중부국제공항 전경(왼쪽). 지난 2005년 개항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주, 유럽, 동남아 등 20여개국을 취항한다. 일본이 코로나19 이후 2년 7개월 만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지난달 11일 중부국제공항 도착홈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중부국제공항공사 제공

▲경기남부 이슈와 흡사…정부도 벤치마킹

현재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항 건설 흐름은 일본 중부국제공항의 배경과 다양한 면에서 닮았다고 평가된다. 경기 남부권은 2019년 11월 기준 인구가 약 979만명으로 집계, 수도인 서울을 추월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됐다. 삼성·LG·SK하이닉스·아모레퍼시픽·농심 등 대기업과 자동차 부품 수출 공장 등이 산업이 밀집한 여건이다. 하지만 공항이 소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인구 516만명 전라권을 보면 공항이 5개가, 155만명 강원권은 2개가 있다.

가장 인접한 곳에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이 있지만, 북부권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수도권 제3공항으로 미래 항공수요를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초 들어 경기 남부권 8개 지역에서 국제공항 유치를 위한 도민연합회가 출범했고, 8개 상공회의소가 국토교통부에 정식 건의서를 제출했다. 정치권도 정부에 관심을 촉구했다. 수원시는 정부가 수원·화성 지역에 걸친 군공항을 이전(화성 화옹지구 예비이전후보지)하는 정책과 연계하면 사업비 절감, 양 지역 소음 피해 해소, 교통망 확충 등 효과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시는 연구·분석을 근거로 군공항 종전부지 매각 이후 20조원 이상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2030년 이용 수요가 874만명에서 2059년 1277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재준 수원시장은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국제공항과 군공항 과제 해결을 제시했다. 두 지자체장의 자신감은 ‘공론화’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도는 갈등 중재·조정을 목표로 한 공론화 사업 첫 의제로 군공항 이전을 선정했으며, 9월 첫 논의의 장을 열었다. 앞으로 이해관계인, 전문가 그룹의 숙의 토론 등은 물론 별개의 건으로 국제공항 연구용역을 예정했다.

지자체가 당위성 확보를 위해 선진 사례를 활용할지, 다운-톱(Down-Top·상향식) 방식으로 정부 최종 관문을 넘어설지 등의 향방이 주목받는다. 중부국제공항은 앞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쏘아 올린 동남권 신공항의 기초 조사 대상이었던 모델이다. 그동안 학계와 전문기관에선 공론화를 통해 사업을 완성한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오스트레일리아 비엔나공항·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 등을 주목한 바 있다.

/글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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