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곳곳에 빈소…유가족들 절규
수원 성빈센트병원엔 이란인 시신 안치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진 젊은이들이 안치된 빈소에는 유족의 오열과 조문객들의 탄식으로 가득찼다. 참사로 숨진 38명의 경기도민 중엔 20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7명, 10대가 1명이었다.
31일 오후 2시쯤. 수원시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엔 하나뿐인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절규가 흘러나왔다.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A씨는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 압사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전날 저녁에야 빈소가 급히 마련됐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버지는 절규했다.
슬픔이 큰 유가족을 대신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파견된 피해자보호경찰관이 언론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A씨 유가족 담당 피해자보호경찰관은 “유가족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외부에서 오는 인사와 각종 언론 인터뷰를 전부 거절하고 있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이날 안양시 평촌동 한 장례식장에서도 유족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유족들은 빈소 제단 가장 상단에 올려진 망자의 영정사진 아래 힘없이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복받치는 슬픔을 달랬다. 빈소 밖으로는 유족들이 낮은 소리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새어나왔다.
이날 낮 12시를 넘어 막 차려진 바로 옆 또다른 빈소에도 비보를 듣고 찾아온 희생자 지인 6명이 단체로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숨진 희생자들의 애끊는 사연이 속속 알려지면서 전국이 슬픔에 잠겼다. 용인시 한 장례식장에는 이날 생일을 맞은 20대 직장인 B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B씨 아버지는 지난 금요일 아들과 함께한 식사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생일인 막내아들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산시 한 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C씨 빈소에는 유족들이 참담함을 감추지 못한 채 조문객을 맞았다.
C씨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항상 밝고 성실했고, 1년 전에는 직장에 취업해 인정도 많이 받던 아들이었는데… 그런 아들이 죽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 故 이지한(24)씨의 빈소가 마련된 고양시 한 장례식장에서는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절규했다.
빈소가 차려진 직후부터 고인의 동국대 연극학부 동문과 친구, 지인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부천시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의 오열이 이어졌다. 한순간에 딸을 잃은 어머니는 연신 “어떡해”라고 절규하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20대 D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안치된 이란인 사망자의 유족은 비보를 전달받고 한국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경찰청은 도민 사망자 38명의 유가족들을 일대일로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보호경찰관을 한 명씩 배치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톤 호텔 옆 경사로에선 인파가 떠밀려 쓰러지면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149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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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우·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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