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핼러윈 친밀감
자발적 행사…책임 주체 없어
안전관리 사각지대 발생 지적
행안부 매뉴얼 미적용 드러나
“지자체·경찰 적극 개입했어야”
1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핼러윈 문화를 가까이서 접한 10~20대 'MZ세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핼러윈 파티와 같은 '주체(주최 측) 없는 행사'가 생겨나고 있지만 안전을 책임질 주체 또한 없어 축제 안전 관리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학계에 따르면 핼러윈 축제는 고대 인도유럽계 민족인 켈트족의 전통 문화에서 기원했다.
1년을 10개월로 여긴 켈트족은 10월 마지막 날 죽음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악령이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변장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미국 원주민 문화와 섞여 오늘날 핼러윈 형태로 자리 잡았다.
기성세대들은 핼러윈이 아직 낯설다는 반응이다.
남동구 만수동에 거주하는 권정범(42)씨는 “가면을 쓰고 분장하는 날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핼러윈이 무슨 날인지는 이번 이태원 참사 전까지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10~20대에게 핼러윈은 친숙한 축제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핼러윈 행사를 접하며 자란 경험이 해외 문화에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자녀를 둔 최모(38)씨는 “매년 어린이집에서 핼러윈 축제를 열고 있으며 아이를 분장시켜 보내곤 했다”며 “올해 행사는 이태원 사고로 취소됐다는 연락을 어제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같은 행사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축제여서 안전을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주체 없는 행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연말연시 해넘이·해맞이를 보려고 인천 계양산·문학산·정서진 등에 사람이 몰리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체가 없어도 이런 행사에선 그간 별다른 인명 사고가 없었다. 관할 지자체가 행사에 개입해 안전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 관련 행사는 주체가 없다는 이유로 축제 전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행정안전부의 '지역 축제장 안전 관리 매뉴얼'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주체 여부를 떠나 헌법상 국가와 지차제는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도 공공기관에서 폐쇄회로(CC)TV 등으로 위험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지자체나 경찰이 적극 개입해 안전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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