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프랑스의 서남부 피레네 산맥에 자리잡고 있는 생 장 피에 드 포르는 중세의 중세의 목가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다.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갔던 곳이며 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께서 회갑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하실 때 모시고 갔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마을이 전 세계에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 지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말이었다. 스페인의 수호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요한 바오로 교황이 찾아가고 순례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800㎞에 달하는 산티아고 길은 전세계의 신자들과 도보 여행자로 붐비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을 처음 만들어 우리나라에 걷기 문화를 통해 국토사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언론인 출신 서명숙씨도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고향 제주에 산티아고길 보다 아름다운 길을 내겠다고 결심했었다고 했다. 2007년 제주 올레가 발족된 후 제주뿐 아니라 전국에 골고루 멀리는 일본까지도 올레길이 생겨났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토순례자가 되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鄧小平), 마오쩌둥(毛澤東) 등 오늘의 중국을 개국한 3인의 평전 총 13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평전을 집필한 아이케이 그룹 회장이며 '제산 평생학습' 설립자이기도 한 김상문 회장의 국토종주 완주를 축하하는 자리는 뜻깊은 모임이었다. 425㎞에 달하는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남파랑길(1470㎞), 해파랑길(750㎞), 서해랑길(1800㎞), 평화누리길(550㎞), 울릉해담길(40㎞) 총 5035㎞에 달하는 국토 순례길은 산티아고길의 6.3배가 되는 멀고도 긴 길이었다.

▶조선일보 간부로 재직 후 건설자재 회사를 인천 서구에서 창업할 때부터 가까이 알게 된 김 회장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사원들에게도 진솔하게 책 읽기를 권장하면서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책자를 9권째 내놓은 독서인이기도 하다. “은인들도 만나고 운도 따랐지만 힘들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독서의 힘이었다”면서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만들면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1991년 골재 사업을 시작한 아이케이는 국내 최초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폐기물 친환경 처리옥내공장을 준공했다. 처리한 건설 폐기물로 고품질 순환골재를 만들어 자원순환을 극대화한 아이케이는 인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으로 또한 환경부로부터 우수환경업체로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71세가 되는 해에 마련된 국토종주 축하 모임에서 김 회장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두 날개는 책 읽기와 걷기”이라고 말하면서 한 해 동안 일하면서 걸었던 5035㎞에 국토 사랑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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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의 지구촌] 1062회 김형욱 암살과 박 대통령 서거 【파리=신용석 특파원】 미국에 거주중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여행중 1주일째 행방불명이다. 김씨는 2주전 파리에 도착, 처음 투숙했던 호텔에서 샹젤리제에 있는 웨스트 앤드 호텔로 옮겼으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되었다. 주불 한국대사관에서는 이날 파리 경찰당국에 김씨의 실종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다.▶1979년 10월16일자 조선일보 1면에 크게 보도된 특종기사였다. 필자가 김형욱씨의 실종기사를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쓸 수 있었던 것은 그해 초부터 김씨를 파리에서 여러 차례 만났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부인으로 [신용석의 지구촌] 1061회 61년만에 발견된 헤밍웨이의 유고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우리말 번역판으로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3학년때인 것으로 기억된다. “헤밍웨이야 말로 진정한 작가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우리 시대의 작가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윌리엄 포크너)라는 당대의 저명한 작가의 찬사가 책 뒷표지에 적혀있었고 용문식 영어선생님도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중편소설이라는 추천 말씀이 있었지만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문장이 사실주의적이고 명료한 명작이라지만 산티아고라는 늙은 어부가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로만 인식되었다.▶그러나 [신용석의 지구촌] 1060회 4차 중동전(욤 키푸르) 반세기의 감회 1967년에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은 개전 6일만에 이스라엘군이 시나이 반도와 골란 고원을 점거한 후 끝났다.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과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점령지를 반환하겠다고 비밀리에 제의했으나 당사국인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를 거부했다. 제3차 중동전 당시 조선일보 국제부에 근무하던 필자는 뉴스와 해설기사를 쓰면서 냉전시대의 대표적인 화약고였던 중동 사태를 우려하면서 중동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로부터 6년 후 이집트와 시리아군은 유태인들의 속죄일이며 휴일인 욤 키푸르에 기습작전을 감행했다. 1973년 1 [신용석의 지구촌] 1059회 식음료 사업하는 한국의 도로공사 미국의 고속도로 인터 스테이트(Inter States)를 달리다 보면 휴게소(Rest Area)가 번갈아 나온다. 뉴욕시에서 버팔로까지 연결되는 800㎞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주파한 것은 대학졸업반이던 1965년 가을 미국정부 초청 때였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편의점과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간편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 것이 고속도로가 없던 나라의 대학생에게는 신기하게만 보였다. 미국 여행을 자주하게 되면서 고속도로에 '음식(식사) 출구' 또는 '맥도날드·KFC 출구' 같은 표지판이 자주 보였다. 고속도로 이 [신용석의 지구촌] 1064회 대처를 모방했던 트러스의 단명 세계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처음으로 시작한 영국 선거를 현지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쓴 것은 1970년이었다. 650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선거는 6년간 집권한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과 이에 도전하는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간의 대결이었다. 노동당의 장기집권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보수당과 재집권 의지가 충만한 노동당 간의 대결은 특히 중도 성향이 짙은 선거구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군중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대신 영국의 하원의원 선거는 외면상으로는 조용하게 보였다. 그러나 양당 대표는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수가 비슷한 선거구에서는 불과 [신용석의 지구촌] 1065회 섬섬옥수의 윤동주 시 낭송회 <서시(序詩)> 윤동주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민족시인 윤동주(1917~1945)가 쓴 <서시(序詩)>라는 제목의 대표작이다.▶윤동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짠하고 눈시울이 젖는 것은 그가 28세로 요절한 아쉬움도 있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저항시를 쓰면서 일본 유학 자체에 반성과 부끄러움을 자각했던 젊은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제하에서 무장투쟁은 하지 않 [신용석의 지구촌] 1066회 아름다운 청년과 장한 어머니 “오늘날 경제 성장은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작업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생산 계통에서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의류계통에서 종사하는 어린 여공들의 평균 연령은 18세입니다. 가장 잘 가꾸고 보살펴야할 시기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기의 제일 어려운 고비인 것입니다. 기업주들은 폭리를 취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 이 같은 현실을 묵인하는지 바삐 선처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1969년 12월19일 평화시장의 봉제노동자 전태일이 근로 감독관에게 보낸 [신용석의 지구촌] 1067회 새로 단장한 프랑스 국립도서관 파리의 중심부 루브르 박물관과 오페라 극장 사이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필자가 조선일보의 프랑스 특파원을 두 번 13년간 역임하면서 가장 많이 출입했던 곳일 것이다. 파리에 단독으로 근무하는 것은 젊은 언론인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기도 했지만 하루 일정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했다. 헛되게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후 2~3시간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립도서관에서 읽거나 쓰기를 결심한 것은 1969년 파리에 도착한 다음해 부터였다.▶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께서는 오후 시간을 도서관에서 지낸다는 것을 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