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왜 여성평화 앞장서야 하나
2018년 이후 남북 냉전 고착화
접경지 다수 미군점령지로 용인
군사문화로 성폭력·차별 위협

◆ 국내외 여성피해 알려야
IS 강간·학살 호소 '야지디족'
피난 '우크라 동포' 생계 곤란
군사동맹 의한 폭력 '기지촌'

◆ 여성평화 위해 해야 할 일은
국제사회 '평화협정' 체결 촉구
평화교류협력사업 연구 지속
민간 평화사업 지원 제도 필요

신냉전 시대, 인류는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인간 안보 최대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여성과 아동은 가장 위협을 받는 존재로서 취약점을 드러내며 더 큰 위험 속에 놓인다. 남성 권위적 군사주의 문화가 물든 이 땅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여성과 아동들이 성폭력과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역 여성이 주체가 되는 '여성 평화' 의제를 제시하고 담론을 구축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3일 4개의 경기지역 여성단체(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경기여성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자주여성연대)와 YWCA경기권역협의회가 참여한 '2022 경기여성평화포럼, 여성 경계를 넘어 만나다'가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포럼에서는 전쟁, 분쟁, 분단에 따른 여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해외 및 경기지역 여성 평화 활동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논의됐다.

 

▲ 여성 , 경계를 넘어 만나다 포럼에 참가자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여성 , 경계를 넘어 만나다 포럼에 참가자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성 평화' 거버넌스의 시작

지역의 여성 평화 담론을 구축하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를 추진해 온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정옥 대표이사는 폭력, 성폭력, 전시 성범죄 등 전쟁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분단의 아픔을 겪은 대한민국과 파주부터 연천까지 약 86㎞의 군사분계선이 둘러싸고 군사적 완충지로 작용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야 한다며 강조했다.

한국전쟁으로 한반도가 강제적 분단에 놓이게 되면서 경기도 역시 분단(한국전쟁 이전 경기도 행정구역 개성시, 개풍군, 장단구.옹진군, 연백군 등)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경기지역이 미군의 점령지로 용인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경기지역은 군사주의 문화가 지배하면서 여성들은 성폭력과 같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지뢰 및 불발탄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경기도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또 군사주의 문화는 가부장적 위계를 만들어 성차별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면서 여성은 '보호받는 자'라는 젠더 위계를 형성하고 있다.

2018년 정상회담 이후 종전이나 평화체계구축의 진전이 없다는 점도 남북 간의 냉전체제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지역 여성이 주체가 되는 평화 담론의 형성을 중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의 역할로 다변화를 모색해야 하며 여성이 평화과정에 참여하고 실질적인 대화에 그들의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실행, 지속가능한 평화를 얻는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평화교류협력사업에서도 여성들이 대표성을 가지고 평화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접경지로서의 고충, 군사주의로 인한 불평등, 여성폭력 및 인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 포럼에 참여한 여성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 포럼에 참여한 여성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전쟁의 상흔

포럼에서는 정정옥 대표이사의 기조발제에 이어 각 경기지역 여성기관단체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채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성평등교육사업팀장이 베를린 현지에서 취재한 리포트 '베를린에서 이뤄진 초국적 여성연대: 셍갈에서 파주까지'를 시작으로 ▲햇살사회복지회, 기지촌 여성평화박물관, 그리고 지역사회(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 ▲국내 입국 우크라이나 피란민(동포) 현황(김영숙 너머 상임이사, 안산시고려인문화센터장) ▲평화, 군축, 여성 참여를 향한 DMZ여성평화걷기: 경기도 여성들의 '평화걷기'는 지속 가능한가(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 등 다양한 의견이 모였다. 좌장은 김정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가 맡았다.

'여성살해 및 성폭력 반대 행동주간'에 베를린 현지에서 이뤄진 리포트 영상 '셍갈에서 파주까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로부터 학살당해 온 야지디족을 기리기 위한 야지디족여성위원회의 여성 평화 운동을 쟁점으로 다뤘다.

영상을 통해 야지디족여성위원회는 여전히 IS의 무자비한 폭행과 만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현재까지도 야지디족 여성들은 IS로부터 조직적으로 강간을 당하거나 성노예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야지디족여성위원회 누지안 귀나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악성 종양처럼 퍼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문제다. 이와 같은 소행이 어느 곳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집단학살은 여성살해로 인정돼야 하고 책임자들은 반드시 국제법정에 회부돼 선고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지촌 여성들의 주권 회복에 힘써 온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지난해 평택에 문을 연 기지촌 여성평화박물관 설립의 의의와 기관이 펼쳐 온 인식개선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햇살복지회가 군사문화에 의한 동맹이 가져온 폭력을 규탄하며 김숙자씨를 필두로 주권 회복을 위해 애써 온 활동들은 '여성 평화' 실천의 우수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 김영숙 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전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동포)의 현 상황에 대해 짚었다. 현재 국내 입국 피란민(동포)은 4975명(2022년 9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여성이 71%를 차지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피란민들이 현재 경기지역에 체류하고 있지만 열악한 생활 처지에 놓이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단칸방에서 8식구가 생활하는 등 입국한 피란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채 생활하는 것으로 김 센터장은 전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입국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생계 곤란 처지에 놓인 우리 동포들과 피란민들에 인도적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포럼에 참여한 여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 포럼에 참여한 여성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여성·평화·인권

이날 포럼에서는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여성 평화의 첫걸음으로 시작한 경기도 여성들의 평화걷기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타진됐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평화, 군축, 여성 참여를 향한 DMZ여성평화걷기 경기도 여성들의 평화걷기는 지속 가능한가'로 발표를 이어갔다.

'경기 여성DMZ평화걷기'는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를 슬로건으로 여성운동의 역사와 함께해 온 행동이다. 남북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갈등의 평화적 해결,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해 한반도의 영구평화 기반 마련을 취지로 하고 있다.

이는 경기지역 여성운동 조직들이 참여해 경기도 여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 여성 평화 의제 확산에 구심점으로써 지속 가능성 실현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지역의 여성 평화 아젠다 구축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고유경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국제연맹(WILPF) 컨설턴트에서는 201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베리아 평화운동가, 리마 보위의 사례에서처럼 우리 여성들도 평화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여성평화안보 결의 1325호를 기점으로 평화와 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요구가 커졌고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여성평화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시사했다.

무엇보다 분쟁 예방을 골자로 여성들의 참여가 제도화, 현실화되었을 때 여성의 인권 침해가 악화하지 않고 평화 프로세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진아 의정부 YWCA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한 여성평화운동의 과제들에 대해 제언했다. 정 사무총장은 ▲여성평화사업을 명시화하는 조례 제정 ▲여성 대표성 제고 및 제도화된 내면화 점검 ▲경기도 통일플러스센터의 성인지적 관점 설계, 여성평화운동의 역사화, 여성 평화 공간 제공 ▲평화 운동의 지역화를 위한 공감대 점검, 여성연대를 통한 직관적인 평화 운동의 목소리 지속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연구팀장은 민간이 추진하는 여성 평화 사업을 경기도 사업으로 특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여성단체의 참여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여성 평화 의제가 확산할 수 있도록 기존의 민간여성단체가 추진해 왔던 평화, 인권 사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 강화 실천 행동을 강조했다. 더불어 제도적 기반 및 여성 평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예산, 조직, 지원 구조 등 추진체계가 절실하다고 했다.

임 팀장은 “여성, 평화, 인권 의제를 반영하고 성인지 관점에서 평화교류협력사업이 추진되려면 연구가 지속 추진돼야 한다”며 “재단 차원에서 연구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력한 다짐을 전했다.

▲ 지난 13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2022 경기여성평화포럼 ‘여성, 경계를 넘어 만나다’ 가 개최됐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 지난 13일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2022 경기여성평화포럼 ‘여성, 경계를 넘어 만나다’ 가 개최됐다./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이 기사는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