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 국정 운영보다 선정에 힘써야
▲ 사람(首)이 가야( ) 할 바른길을 도(道)라 한다. /그림=소헌

1860년대 조선 사회는 깊은 혼란과 위기에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세도정치로 인해 국가 기강이 문란해졌고, 지방관의 횡포와 착취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농민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여기에 전염병 같은 천재지변과 서구를 비롯한 외세의 침략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을 필요로 하였다.

'재가再嫁한 여자의 자손은 과거를 금지한다'는 굴레에 얽힌 최제우는 문과에 응시할 수 없었다. 그는 한때 무과를 준비하기도 했으나 모두 접고, 10년 동안 유랑하며 장사꾼으로 일한다. 고향(경주)으로 돌아온 그는 天道를 얻기 위해 수행하면서 당시 조선이 망해간다는 현실을 깨우친다. 그리고 새로운 가르침과 새로운 문화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개벽을 주장하는데, 이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제우(濟愚.어리석은 이를 구제한다)로 바꾸었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1824~1864)의 호는 水雲(수운)으로 노자가 말한 道의 양태(樣態.사물이 존재하는 모양)와 같다. 그는 데리고 있던 두 여종의 족쇄를 풀어 주면서 한 사람은 며느리로 또 한 사람은 딸로 맞이하였으니, 동서양을 통틀어 이처럼 평등사상을 완벽하게 실천한 사상가는 없다. 하지만 조선의 위정자들은 그를 혹독한 고문 끝에 참수하였다. 그의 사상은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과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으로 체계화되었다.

去(거)는 나아가는 것이고, 用(용)은 쓰임새를 말한다. 도덕경 제40장 去用(거용-본래 쓰임대로)에서는 道가 움직이는 방향과 작용방식에 대하여 짧으면서도 핵심을 요약하였다. 본문에서 反(반)은 '되돌아가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러한 이치는 자연현상에 두루 작용한다. 초목은 여름을 거치며 우거지지만 겨울이 되면 다시 앙상한 가지로 돌아간다. 물은 모여서 구름을 이루고 다시 물로 돌아간다. 인간의 삶도 무한히 반복反復하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위정자는 갓난아이로 돌아가 순수한 덕을 회복하라고 주문한다. 弱(약)은 구부러진 활(弓)에서 왔다. 활이 휘었다는 것은 기존 상태로부터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변화는 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道는 시공을 초월한 절대적인 무형의 존재로서 천지의 생성과 운행은 그것을 따라 움직인다. 도의 활동(無)은 현상계(有)를 통해 나타나지만, 그것은 인간들이 대립시켜 설명하는 것일 뿐이다. 도는 혼연일체로 이루어진 실체이니 인위적으로 有와 無를 가릴 수는 없다(有無相生).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활동)이고, 변화하는 것이 도의 쓰임새(작용)다. 천하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道德經」 第40章-去用)

 

道 도 [길 / 도리 / 깨닫다]

①首(머리 수)는 머리털( )과 눈(目)을 강조한 글자로 '사람'이나 '우두머리'를 뜻한다. ② (쉬엄쉬엄 갈 착)의 본자는 (착)이다. (조금 걸을 척.변형)과 '발'을 뜻하는 止(그칠 지)가 합쳐졌다. 천천히 걷는 모습이다. ③사람(首)이 가야( ) 할 바른길을 도(道)라 한다.

벼이삭이 빨리 자라게 하려고 목을 비틀 수 없고, 번데기에서 일찍 나비가 나오게 하려고 배를 가를 수 없다. 이렇듯 '道'는 인위를 가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진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국정을 이끌려고 한다면 民은 그를 불신한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선정에 힘써야 한다. “도는 사람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夫道不遠人, 人無異國). - 최치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老子 한국을 말하다] 39. 낮음을 근본으로 삼다 “6411번 버스가 있습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분들입니다. 이른 새벽에 내리는 아주머니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이름이 있지만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청소하는 아주머니일 뿐입니다.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정치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10년 전 진보정의당 대표를 수락하면서 했던 노회찬의 연설이다. 그의 정치사상은 자연인 老子의 ‘上善若水’를 빼다박았다.사람은 명예名譽를 얻음으로써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두루 인정받기를 원한다. [老子 한국을 말하다] 38. 덕에 대해 논하다 「道德經」은 道經(1~37장)과 德經(38~81장)으로 구분한다. 도경에서 사물이 존재하는 근본 원리에 대해 설명하였으며, 덕경에서는 이러한 원리에 입각한 행동을 다뤘다. 즉 道의 쓰임과 활용을 德이라 하겠다. 論(논)은 의견을 말하는 것이요, 德(덕)은 도가 현실에 드러나는 윤리적인 모습을 말한다. 덕경의 첫 장인 제38장 論德(논덕-덕에 대해 논하다)에서는 덕을 上德과 下德으로 나누었으며 덕에 대한 큰 줄거리를 담았다. 상덕은 무위의 도를 터득한 사람이거나 그러한 경지를 말하며, 하덕은 인위적인 도덕을 지키는 사람이거나 그러한 [老子 한국을 말하다] 37. 인위적인 정치권력 몰락한 양반가의 독자로 태어난 이기붕은 열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다. 미국 유학 중에 이승만을 만나면서 그의 측근이 되었다. 1934년 귀국 후 상점과 다방 운영, 지배인, 건축청부업 사무소를 거쳐 광산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광복 후 이승만이 귀국하자 그의 사저에서 집사를 하게 된다. 이기붕은 부인 박마리아의 수완에 힘입어 급속하게 출세한다. 1948년 정부수립 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서울시장에 재선한다.이기붕은 1951년 자유당을 창당하였는데, 2년 뒤 중앙위원회 의장이 되면서 '권력의 2인 [老子 한국을 말하다] 36. 미묘하고 밝은 이치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리그는 올해로 40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다. 원년에 참가한 구단은 삼미(슈퍼스타즈), 삼성(라이온즈), 롯데(자이언츠), 해태(타이거즈), MBC(청룡), OB(베어스) 등이다. 첫 경기에서 시구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이 했다. 2015년 'KBO 리그'로 재단장하였으며, 현재는 10개 팀이 페넌트레이스를 펼친다. 매주 월요일을 빼고 경기가 열리며 모든 경기가 스포츠 TV 채널과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서 생중계된다. 국내 모든 스포츠리그들 중에선 인기, 시청률, 수익, 관중 동원력 등 모 [老子 한국을 말하다] 35. 어진 마음으로 행하라 향수鄕愁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을 뜻하는데,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른 ‘향수’라는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노래는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에 물꼬를 튼 것으로 유명하다. 노랫말은 정지용(1902~1950)이 썼다.그는 한국 현대시를 새롭게 개척한 선구자다. 시인 이상을 등단시켰으며, 윤동주의 문학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납북되었다는 이유로 그의 시들은 금지되다가 1988년이 되어서야 해금되어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향수’는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주권을 빼앗겨 억압당하는 상황 [老子 한국을 말하다] 41. 같으면서 다른 것 “대한제국이 문명개화에 이르지 못해 다른 나라에 예속될 경우 일본의 안전과 동양평화에 화근이 될 것이다.” 공판에서 밝힌 일제 검찰의 주장이었다. 안중근은 그들이 주장하는 문명개화론과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통감부 통치는 오히려 대한제국의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동양의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 동양평화란 청, 일본, 대한제국, 샴, 버마 등 모든 아시아국이 대등한 독립상태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어느 한 나라라도 독립하지 않은 상태로는 동양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안중근은 옥중에서 미완성 집필한 「동양 평화론」에서 하얼빈 의거를 [老子 한국을 말하다] 43. 두루 쓰이다 “갈 길을 찾아 국자 위에서 버둥거리는 물방개를 본 일이 있는가? 좋은 경품 놔두고 '꽝'만을 찾아다니는 쇠 대야 안의 물방개. 나는 꽝이 아니라 잉어를 타고 싶다.”어릴 때 학교 앞에는 갖가지 야바위꾼들이 나를 유혹했다. 특히 물방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스뎅대야’에는 찰랑찰랑 물이 담겼다. 도톰한 물방개는 그 안에서 자유형을 즐겼다. 대야 안쪽은 물방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로 자잘하게 칸막이가 나눠져 있고, 칸막이마다 검정 매직으로 ‘잉어·꽝·용·꽝·단검·꽝·호랑이·꽝’이라고 쓰여 있다. 말하자면 운명의 수레바퀴, [老子 한국을 말하다] 44. 가치의 기준을 세우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여러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기택(송강호 扮),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충숙(장혜진 扮), 명문대 지망 4수생 아들 기우(최우식 扮), 미대 지망생 딸 기정(박소담 扮)은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집안에는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그들은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박 사장(이선균 扮)은 글로벌 IT 기업의 CEO로서 굉장한 부자다.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기우는 그 집 딸의 고액과외를 맡게 되고, 이후 기정도 아들의 미술치료 과외 선생님으로 고용된다.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