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잇테이블:양평 봉금의뜰

경기상상캠퍼스 입주단체 행사
김현숙 농부 작물 밥상 차리기
건축사 장태산 '하루의집' 체험
요가 체험·작은 음악회 등 풍성
▲ 행사가 열린 봉금의 뜰 전경.

토요일인 15일 오후 1시,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 55번지 '봉금의 뜰'로 불리는 김현숙 농민이 농사를 짓는 밭으로 30여 명의 도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경기상상캠퍼스 입주 문화예술단체인 '그레잇테이블(GreEATable)'이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그레잇테이블 : 봉금의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김현숙 농부가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밭에 붙어있는 폐가의 마당에는 꽃과 호박 등으로 장식된 긴 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미인 고추, 생강, 바우새, 여주차, 페페론치노 등 김현숙 농부가 기른 채소와 차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생강이 이렇게 생겼구나' 누군가의 탄성이 들린다. 난초처럼 생긴 잎과 줄기가 온전히 붙어있는 생강을 처음 보기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 작물을 거둔 빈 밭에서는 참가자들이 요가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요가와 명상의 시간도 가졌다.
▲ 작물을 거둔 빈 밭에서는 참가자들이 요가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요가와 명상의 시간도 가졌다.

이러는 사이 부용1리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풍물패가 참가자들을 환영하는 길놀이를 펼쳤다. 풍물패의 길놀이를 따라 또 다른 밭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김현숙 농부가 키우는 다양한 작물들을 구경하며, 오크라와 공심채, 바우새, 페페론치노 등 자라는 모습을 본 작물들을 그 자리에서 따서 먹어보기도 했다. 이어 작물을 거둬들인 빈 밭에서는 요가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요가와 명상의 시간도 가졌다.

다시 처음의 밭으로 돌아오니 조형 건축사 장태산은 참가자들과 함께 하루 만에 집을 짓고, 다시 불태우는 '하루의 집'을 짓고 있었다. 오후 4시에는 이날 행사를 마련한 오승희 그레잇테이블 대표와 김현숙 농부, 장태산 건축가, 그리고 이날의 밥상을 책임진 심은리 세프가 '하루 만의 집' 앞에서 참가자들과 행사와 관련해서 서로 궁금한 이야기를 나누는 '나머지 공부' 시간이 이어졌다.

▲ 건축가에서 예술가로 변신한 장태산은 참가자들과 함께 하루만에 집을 집고 불태우는 하루만의집 퍼포먼스를 통해 집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 건축가에서 예술가로 변신한 장태산은 참가자들과 함께 하루만에 집을 집고 불태우는 하루만의집 퍼포먼스를 통해 집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숙 농부가 양평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게 된 배경과 건축가인 장태산이 예술가로 변신하게 된 이유와 홍대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스페인 음식인 타파스 전문점을 운영했던 심은리 세프의 생각들과 그레잇테이블을 운영하는 오승희 대표의 행사 기획 의도와 설명들이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기다렸던 초인종이 울렸다. 밥이 다 됐다는 신호였다.

▲ 그레잇테이블 양평 봉금의뜰 행사에 밥상을 책임진 심은리 세프(맨 왼쪽)가 밭에서 나는 유기농 채소들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 그레잇테이블 양평 봉금의뜰 행사에 밥상을 책임진 심은리 세프(맨 왼쪽)가 밭에서 나는 유기농 채소들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참가자들이 다시 폐가의 마당으로 모이자, 심은리 세프는 김현숙 농부가 키운 작물들로 아름다운 밥상을 준비해 두었다. 루콜라 페이스트에 말린 가지와 토마토 조림을 올린 타파스와 늙은 호박과 고구마를 올린 타파스와 함께 묽은 채소수프와 채소꼬치, 절인 채소 샐러드, 구운 미인 고추, 그리고 토마토소스에 쌀을 조리한 잠발라야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음식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음미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길놀이를 했던 마을 주민과 김현숙 농부에게 밭을 빌려준 어르신들도 함께 식사를 즐겼다. 도시의 참가자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마친 후, 농부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인 '푼돈들'의 멤버인 농부이자 가수인 조호연의 작은 콘서트도 열렸다.

짙게 어둠이 내린 봉금의 뜰의 마지막 행사는 장태산이 하루 만에 지은 집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마을 어르신의 흥겨운 하모니카 연주에 '오늘의 집'은 마른 들깨 단과 함께 불길을 내뿜으며 하늘 높이 불티를 날리며 치솟았다.

주최 측이 이날의 행사를 '밭에서 만나는 재미와 놀라움, 오늘은 여기가 예술'이라고 표현한 문구가 과장이 아니었다. 양평의 또 다른 밭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평=글·사진 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