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사회부 차장.<br>
▲ 장지혜 문화체육부장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보라고 했다.

고고학적 자료와 미술품, 역사적 유물, 온갖 학술적 자료를 보관하고 진열해 관중이 전람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인 박물관의 기원은 BC 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궁전의 일부에 '무세이온'을 설치해 문예·미술의 여신 뮤즈에게 바치는 장소로 하고 여기에서 학문연구를 한 데서 비롯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은 1908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으로 보인다. 지금의 창경궁 안에 이 박물관이 생겼고 주로 고려자기와 삼국시대 이래의 불교 공예품, 조선 시대의 회화·역사·풍속 자료·도자기 등을 수집·공개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박물관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립 박물관뿐 아니라 사설 박물관, 특색 박물관들이 많다.

인천만 해도 수십 개의 박물관이 있으며 이 가운데 30여개가 인천시박물관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한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협의회 소속 박물관들이 10월15일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 모여 축제를 열었다. 매년 열고 있는 '박물관 대축제'다. 지역의 박물관들끼리 연대해 대시민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전국적으로 잘 보지 못한 일이거니와 축제 콘텐츠가 다양하고 심도 있어 고무적이었다.

범패민속문화박물관은 태극기 석고방향제를, 애보박물관은 자기가 디자인한 대로 즉석에서 나오는 머그잔을 만들어보게 했다. 가천박물관은 약초 품은 희망의 나무 만들기, 계양산성박물관은 산성 퍼즐, 국제성서박물관은 고대 나무 표지 책 만들기를 실시했다.

옥토끼우주센터는 에어로켓 체험, 인천근대박물관은 한지손거울, 인천어린이박물관 친환경 비누점토, 재미난박물관 향기나는 편백 샤프, 전원미술관은 종이 오려 붙이기를 진행했다. 이어 한국전통음식박물관이 냄비 받침 만들기를, 한국이민사박물관은 하와이 이민선 무늬 에코백 만들기, 해든뮤지움은 색채 비즈로 반지 만들기를 준비했다.

박물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시민들이 체험을 통해 박물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전부터 몰려든 시민들은 즐거워 보였다. 조밀하게 짜인 프로그램은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하고 감동을 주도록 정성 들여 준비했을 박물관들의 사정은 그러나 언제나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사설 박물관의 경우 분명한 수익이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존폐를 고민하는 곳이 많다.

학예사 한 명을 더 두고 싶어 요리조리 묘안을 짜내는 고군분투도 많이 봤다.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도 어떻게든 박물관을 운영하고 유지하려 애쓰고 유물 확보에 목숨을 걸며 이번과 같은 행사도 열심히 마련하는 그들의 이유는 하나같이 사명의식이다. 특정하게 이룩한 지혜와 문물을 대중과 공유하고 그들의 만족에 이바지하려는 데 있었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넓은 감정이자 가장 큰 힘은 정신적 만족이다. 이것이 우리를 가장 독립적으로 만들어준다.

인천의 박물관 중 타 지역이나 세계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곳들이 많다.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공동으로 힘을 합해 매년 대축제를 열만큼 서로의 유대도 깊다. 이런 박물관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장려하는 일이야말로 인천시민의 평생교육과 삶의 만족을 높이는 손쉽고 담보된 방법이다.

/장지혜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