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의 그늘, 첫 페이지

차 있어도 없어도 불편
대중교통 열악한 인프라 탓
녹록지 않은 공항철도 접근
'M·광역버스' 조차 안 다녀

종합병원 '0' 의료 사각지대
생활시설 등도 상대적 취약
학교 부족해 과밀학급 심화

시 이동권 지원확대 움직임
유정복 인천시장 “적극 협의”
▲ 영종대교(왼쪽)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영종대교(왼쪽)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은 섬이지만 섬이 아니다. 섬과 인천 내륙을 잇는 두 개의 대교가 지난 2000년, 2009년 차례로 개통하면서 섬에서 육지로 나서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섬에 사는 이들은 통행료,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 문제 등으로 섬 안팎을 오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2003년 이후로는 어엿한 '국제도시'가 됐지만 정작 도시 내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데다, 학교도 부족해 불편을 겪는다. 영종 주민이 겪는 차별의 가장 첫 페이지다.

 

▲ 유정복 인천시장이 9월 29일 '인천대교·영종대교 통행료 무료화 정책 조속추진'에 대한 시민의견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유정복 인천시장이 9월 29일 '인천대교·영종대교 통행료 무료화 정책 조속추진'에 대한 시민의견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환승할인 시작됐지만, 무료 통행은 아직…차 있어도 없어도 “불편하다”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이지만 영종 주민에게는 아직 꿈같은 이야기다. 차가 있어도, 없어도 이동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섬의 안과 밖을 이동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항철도를 통해 서울 등 도심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짧아졌지만 열악한 인프라 탓에 도시 내에서 버스 등을 이용해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 과정도 문제다. 인천서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도 없다.

지난 7월부터 수도권 환승할인이 시행되면서 일부 부담은 덜었지만 여전히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숙제는 쌓여있다. 이전까지 영종 주민들은 영종·운서역을 이용할 경우 수도권 환승 할인 혜택을 적용받지 못해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왔다. 공항철도 환승 할인 적용 후 할인 방식은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페이백' 형식이다.

차가 있어도 마음 편히 이동하기는 어렵다. 영종은 영종·인천대교 두 개의 다리로 내륙과 이어져 있다. 각각 영종에서 인천 서구, 연수구를 잇는 대교가 생기면서 내륙, 타 수도권 지역으로 오가는 시간이 단축됐다.

이동은 편리해졌지만 문제는 '통행료'다. 영종 주민들은 인천·영종대교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며 섬을 오간다. 자신의 집을 오가는데도 돈이 든다는 의미다.

통행료 문제는 영종 주민들에게는 십수 년째 풀리지 않는 숙원사업이다.

지난 2007년 논란 끝에 통행료 지원조례가 제정돼 부분적이나마 통행료 지원 근거가 마련됐지만, '무료 통행'은 아직이다. 영종 주민들은 하루 왕복 1회에 한해 인천대교를 이용할 경우 5500원의 통행료(이하 소형차 기준) 중 3700원을 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영종대교의 경우 하부도로(북인천영업소 방면) 이용 시 3200원의 통행료를 전액 지원받지만 상부도로(서울방면) 통행료 6600원에 대한 별도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혜택이 없는 영종대교 상부도로에 대한 통행료 지원 및 인천·영종대교 통행료 무료화 등 추진 요구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시는 영종대교 상부 도로 통행료 지원과 인천대교 통행료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해 주민 이동권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유정복 인천시장은 중구 제2청사에서 영종 주민들과 만나 인천·영종대교의 통행료 지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주민들 역시 이를 환영했다.

이날 유 시장은 “통행료 인하를 위해 국토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국토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항고속 및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연구용역'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 영종하늘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영종하늘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수도권, 국제도시지만 종합병원 '0'·학교는 '과밀'

이동권과 더불어 영종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문제는 '생활 인프라 개선'에 대한 것이다. 10만 인구를 달성한 영종 지역이지만 여전히 의료·생활 등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탓에 주민들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영종국제도시에는 응급실을 갖춘 대형 종합병원이 없다. 밤늦은 시간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영종도 밖 응급의료센터 등까지 이동해야 한다. 시간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도 대교를 건너 내륙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구급차도 부족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영종도 내 종합병원 유치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유치가 현실화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학교도 문제다. 영종 입주민이 증가하면서 과밀학급 문제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인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향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예정되면서 초등학교 등의 과대·과밀학급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교육부에 학교신설승인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해달라고 건의하며 인천 신도시의 과밀학급 문제 등을 짚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 교육감은 “인천은 신도시·대규모 택지 중심으로 학령인구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 학교 설립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적기에 학교 신설이 안 될 경우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 및 과밀학급 등 취약한 교육환경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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