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민생 추경안 처리 지연
2차 추경 예결특위서 발목
정부·지자체·단체와 이견
핵심공약 좀처럼 속도 못내
여야정협의체 여전히 표류
도정 사안 마다 빠르게 대응
미래먹거리·복지 일부 성과
협치 키워드 정무감각 필요
'수난 그리고 수난'
김동연 경기지사의 100일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 지사가 강조한 '협치'는 경기도의회가 사상 초유의 여야 동수를 맞아 계속 험로를 걷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가 임명된 지 나흘 만에 사퇴했고 여야정협의체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김 지사의 핵심 정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 등도 관계기관과의 이견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실사구시·공명정대'를 도정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내건 김동연 경기지사의 취임 100일은 '기회수도 경기도'의 초석을 다진 시간으로 요약된다.
대한민국이 처한 양극화, 저성장, 저출생 등 사회문제 해법으로 '기회'를 꼽은 김 지사는 민생 안정, 도민 소통, 미래 먹거리 확보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기회 실현을 구체화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협치 파행 취임 전부터 예고…여야정협의체 등 표류
김 지사의 도의회와 협치 파행은 취임 전부터 예고됐다. 김 지사 취임 전에 고금리 등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보고 10대 도의회 때 경제부지사직 신설을 골자로 한 조례를 통과하려 했다. 그만큼 민생회복이 시급하다고 봤다.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1대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종 현안마다 반발했기 때문이다.
우선 11대 도의회 개원부터가 1개월여나 늦어져 지난 8월 9일에 개원했다. 이에 김 지사가 민생회복을 위해 마련한 1차 추경예산안 처리도 지연됐다.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는 협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여야 대표의원과의 만찬 회동을 가졌지만, '술잔 투척'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김 부지사는 임명된 지 나흘 만에 사퇴했다.
김 지사가 강조한 여야정협의체 역시 마찬가지로 표류 중이다. 국민의힘이 김 지사가 협의체에 직접 참여하라고 요구하면서 최근까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2차 추경예산안은 국민의힘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출을 문제 삼으며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김동연표 공약, 정부·시민사회 입장 차이로 난관
김 지사의 핵심공약들을 추진하는 데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관련 법 마련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시·군의 협조가 필수다.
공론화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7월 '민선 8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 고양·용인 등 일부 시장·군수가 반대하고 나섰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은 도민 참여형 사회 문제 해결방안인 '공론화 사업'의 첫 의제로 설정됐지만, 수원 군공항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추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정부와 다소 입장 차이가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건축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등에 경기지사의 직접적인 권한이 없는 탓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아 김 지사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전면 시행은 1일 2교대제 등 시스템을 완비하는 데만 연간 5000억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만큼 재정 형편상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민생' 화두로 도지사 첫발…도민소통·위기관리 성과
이러한 경제위기, 정치진영 위기에도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줬다.
지사인수위 시절에도 비상경제 대응 T/F를 만든 김 지사가 취임 후 첫 서명한 결재 문서는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이었다.
어 경제부지사 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경제위기 대응에 주력하며 경제전문가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반도체장비 세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리어리얼즈 연구센터와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인 온세미 첨단연구소 유치,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글로벌 의료·바이오 혁신지구 조성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비서실장 내부공모 선발, 도청 내부 쓴소리 전담팀인 레드팀 신설 등 인사 혁신과 함께 도지사 공관 개방, 도민 500명 타운홀 미팅 등 도민과 소통에도 나섰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개설한 긴급복지 휴대전화 핫라인을 통해 40여일간 200여명을 지원하고, 결식아동 급식단가를 한 끼에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복지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광역버스 주요 노선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군 전 노선 확대 추진, 경기도의료원 노조·버스 노조 파업 중재 등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경제부총리 등을 엮임 한 행정가 출신인 만큼 각종 사안마다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정치인 '김동연' 면모는 부족 …위기 뒤 기회
다만 아직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앞서 도의회 국민의힘이나 도내 시장·군수들과 이견에 핵심공약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던 만큼 행정가로서의 면모는 확실하다. 다만 정치인으로서 정무적 감각을 키우는 건 앞으로의 과제”라며 “민선 8기 경기도정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협치를 꼽은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게 주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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