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드로잉(밑그림 없이 즉흥으로 그리는 그림)’의 대가, 김정기 작가가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47세.

김 작가는 이날 프랑스 파리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던 공항에서 심장 통증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그와 함께 활동해 온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김현진 작가는 5일 김정기 작가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별세 소식을 알려왔다.

김현진 작가는 뉴욕으로 향하던 중 근처 병원에서 수술과 집중치료를 했으나 더는 일어날 수 없게 됐다는 비보를 전했다.

또 “정기는 우리를 위해 많은 그림을 그렸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안 해도 된다. 고맙다”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6월 본지 인터뷰를 통해 “별다른 취미가 없다. 일할 때도 그림을 그리고 쉴 때도 그림을 그린다. 저는 그림을 가장 재밌게 그렸던 사람으로 또 가장 그림을 쉽게 그렸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만큼 재밌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저는 백지 앞에서 주저하게 될 때가 오면 은퇴하고 싶다. 다행히 아직은 백지를 깔아놓고 겁내본 적이 없다”고 작업에 대한 애착을 전한 바 있다. <인천일보 2021년6월10일자 9면 [금요초대석] ‘라이브 드로잉’의 창시자 김정기 작가>

한편, 김정기 작가는 광고, 미디어, 패션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현대미술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블 ‘시빌 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의 미술 작업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6년 SK이노베이션 Big Picture of Innovation편 광고를 통해 대중적으로 작품을 알리게 됐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드렁큰 타이거, SM엔터테인먼트 등 현대미술과 상업미술 사이에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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