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하려다 파손될라…사업 논의 부서 '손사래'

교육 활용 목소리 나왔으나 정밀안전진단 D등급에 '쩔쩔'
경기도 “첫 단추 잘못 끼워 어려워”…시민사회 “의지 없다”
▲ 경기창작센터에 세워진  선감학원 희생자 위령비
▲ 경기창작센터에 세워진 선감학원 희생자 위령비

선감학원 아동집단수용시설의 근현대사 문화재 등록 추진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지난 2020년 복원 추진에 참여한 경기도 관련 부서들이 논의를 중단하는 등 사업 추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 제언] “선감학원 복원해 아픔 전달할 공간 만들어야”>

<인천일보 10월4·5일자 1면 [비극의 현장 '선감학원' 그 후] 2. 경기도·안산시가 방치한 건물…정밀안전진단 D등급 등>

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당시 선감학원을 경기도 근현대사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다른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의회·안산시·경기문화재단·안산지역사연구소 등과 논의했다.

이들 기관은 1940~1945년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있는 독일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학살수용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선감학원을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여행)의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

1942~1982년까지 40년여 동안 아동 구타와 강제노역이 발생한 선감학원 사건과 유사하다고 봤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유태인 400만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곳이다. 아동 4691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선감학원과 비슷하게 아픔이 담긴 공간이다.

폴란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해 1979년에 지정됐다.

현재 수용소엔 가스실, 철벽, 군영, 고문실 등이 남아 있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제대로 보전된 결과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원미정 전 도의원은 “선감학원 사건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하고 교훈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경기도와 안산시 등 관계기관이)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해 이러한 논의조차 중단했다.

해당 사업에 대해 논의했던 사업 부서들이 이를 맡으려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뗐다는 게 도 내부 관계자 설명이다.

도는 2020년과 지난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정밀안전진단을 한 결과 선감학원 건물 전체가 D등급을 받은 게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 자칫 건물이 파손되는 등 복원 자체가 어려워질 상황을 우려했다는 이유다.

도 관계자는 “건물을 보전하고 복원해서라도 역사적 혹은 문화적 가치를 살리는 게 맞는 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다 보니 현재로썬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도의 재산인 만큼 선감학원 건물들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 한다”며 “이후에 관광화든 문화재 등록이든 논의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 해명에 대해 시민사회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은 “도가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의지가 있었다면 최소한 관련 심의위원회에서 논의이라도 하고 다른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하다 그친 것은 그만큼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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