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미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도시를 위해
100년 내다보는 도시개조담론 준비해야

세계 유일·특별한 '인천다운 도시브랜딩'
생존 필수조건 '재난안전성' 새기준 설계
행정 결단·전문가 지혜·시민 열정 필요
▲ 팔미도등대.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팔미도등대.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강한 도시가 살아남는가, 살아남은 도시가 강한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를 준비할 뿐이다

도시는 생명체다. 살아 움직이는 문명체다. 21세기의 경쟁은 국가 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으로 바뀐지 오래 됐다.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고 모빌리티 혁명이 가져올 도시기능의 변화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대격변의 시대에 바뀌지 않을 인천의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할까. 100년을 내다보는 도시개조 담론은 무엇이고, 목표하는 도시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 신대륙 정신과 역사를 상징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는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다. 복합위기의 상존 시대에 미래도시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언제나 세상의 핵심은 사람, 자연, 문화이다. 특히 문화예술은 세상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2류에서 본류로 진입한지 오래다. 따라서 문화예술을 국가의 동력으로 삼고 MICE산업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전시장과 공연장 등의 시설은 물론 콘텐츠 개발과 인재 양성으로 외연을 넓히고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인천의 도시 슬로건은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로 바뀌었다. 비전은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beyond the best)’이다. 초일류도시(tiptop city)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단지 초고층 빌딩이 늘어선 도시가 아니라 거기에 사는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가 초일류도시의 목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도시가 결국 강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인천앞바다. /자료=네이버지도
▲ 인천앞바다. /사진자료=네이버지도

살아남을 도시를 위한 현실 진단 필요
오래 남을 도시를 향한 거대담론 추출해야

인천은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의 도시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관문이 아닌 서울의 위성도시, 독립적 정체성을 가진 도시가 아닌 서울의 더부살이 도시인가? 오히려 인천이 핵(core)이 되고 수도권은 외곽세력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인천시민의 장점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용광로처럼 살아서 그런지 사투리, 텃세, 지역색이 없어서 너무 좋다. 유나이티드 인천(United Incheon)인 셈이다. 그런데 인천에는 다른 도시에 없는 것이 너무 많고, 특히 바다를 이용한 즐길 거리가 없다고 한다. 육지면적은 1000여㎢이지만, 강화도-연평도-덕적도-영흥도로 둘러싸인 바다 면적만 해도 4000여㎢에 이르는 해양도시이다. 하지만 해안낚시, 바다낚시, 낚시잔교, 해안산책 데크, 스카이워크, 갯벌체험, 갯벌잔교, 관광유람선 등 천혜의 자원을 그냥 방치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척도이고 부가가치가 무한한 요트용 마리나도 한 곳이 없다.

 

▲ 두바이프레임./사진제공=두바이관광공사
▲ 두바이프레임./사진제공=두바이관광공사

담을 쌓기보다 담을 허물어야 승리한다
개방과 협력으로 상호 교류하는 도시 만들자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다. 도시는 다양한 삶의 궤적이 쌓인 흔적이고 결과물이다. 유로화 지폐를 보면 앞면에는 문이 있고 뒷면에는 다리가 있다. 이는 유럽 통합을 상징하는 데 가장 적절하였기 때문이었다. 즉, 다리는 유럽을 연결하고, 나아가 전 세계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문과 창은 접근성과 투명성, 개방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개방과 협력의 정신으로 유럽이 뭉치자는 도안인 것이다. 두바이의 거대한 창문 액자형 빌딩의 이름이 두바이 프레임(Dubai Frame)인데 프레임은 곧 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막힌 발상이다.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문을 열어 사람이 오게 하고 다리를 놓아 상호교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승화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인천은 도시의 관문인 대문이 없다. 아무리 도성의 개념이 없다지만 가정에도 있는 대문이 도시에 없다. 2000년 전 비류가 미추홀을 세운 문학산성의 도읍지를 기념하여 청학사거리에 가칭 ‘비류문’이라도 세우자고 주장해왔는데, 인천시장 인수위원회에서 공약사항으로 넣어 천만 다행이다.

 

▲ 요코하마. /사진제공=전찬기 인천대 명예교수
▲ 요코하마. /사진제공=전찬기 인천대 명예교수

도시는 그 자체로 거대한 문명이면서 문화상품이다
도시브랜딩은 혼, 생명, 상징성을 부여하는 작업

도시의 가치는 무엇으로 발휘되는가? 관광은 굴뚝 없는 공장이고, 도시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도시는 그 자체가 거대한 문명이면서 문화상품이다. 이미지, 상표, 아이콘, 캐릭터, 슬로건, 심볼, 앵커, 랜드마크, 브랜드. 이런 단어들은 개별적 의미를 가지면서도 상호 연관성으로 도시를 대표한다. 특히 통합적인 도시브랜딩, ‘인천다움’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인천만의 유일하고 특별한 컬러는 무엇일까. 한국 최초, 인천 최고(Korea first, Incheon best)의 기록들을 능가해서 최초를 넘어 최고(first ever)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고 특별한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따라서 첫 번째로 ‘도시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세계 모든 곳을 벤치마킹 할 수 없다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달링하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머라이언상,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港未來)21을 집중탐구해도 어지간한 해답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랜드마크는 뉴욕 ‘자유의 여신상’처럼 밤낮에 모두 유용하고, 육지와 바다를 모두 활용하면서 세계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오래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을 찾아야 한다. 인천 콩코드홀(Incheon Concord Hall) 같은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을까?

세 번째로 ‘심볼’을 만들어야 한다. 심볼은 하나 또는 한 종류의 상징물로 도시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심볼은 시민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 등대를 꼽고 싶다. 등대는 빛이요, 희망, 생명, 방향, 귀향, 정착, 쉼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천이 세상의 등대 같은 도시가 되고,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가 되자는 의미가 있다. 세상의 빛, 희망의 등대, 인천이다.

 

 

재난대비 도시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재난에 강한 도시가 생존하고 지속가능

오래 남고 활력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한 조건은 매우 많다. 그 중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재난안전성이다. 특히 비상이 일상화되고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현대와 미래에서는 자연재난에 강한 도시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예고된 위험보다 잘못된 예측이 더 큰 재난을 가져오는 것처럼, 국가의 모든 재난은 빗나간 예측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재난 예측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문제는 새로운 도시를 구상하고 기획, 설계, 건설하면서 재난대비가 너무나 소홀하다는 것이다. 재난에 대비하지 않은 도시설계는 마천루를 지어도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반지하와 지하주차장이 얼마나 빨리 침수되는지 당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결국 우리는 착각과 착시에 빠져 위기에 둔감하고, 준엄한 경고를 무시한 채 대비를 하지 않고 당하고 나서 몇 배 몇십 배의 대가를 치른다. 즉 방재에 실패한 도시계획은 거대한 국가적 재난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도시 위기관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가 마냥 성장일변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수축사회 혹은 장기적 경제침체형 시대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할 때도 이런 사이클의 저점에서 버티거나 살아남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내항./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인천내항./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세계인을 끌어 들인다
집단지성 혜안과 시민 열정이 도시를 만든다

송도국제도시 구상은 1980년대 초반에 시작됐으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앞으로 40년 뒤, 100년 뒤의 인천 모습을 지금부터 그려 나가야 한다. 도시설계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므로 지금의 방향이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그 중 외국인이 오기 위한 조건은 외국인학교와 병원, 안전한 주거공간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급료다. 일자리가 많고 수익이 많으면 사람은 저절로 모여든다. 또한 인천은 남북 대치로 인한 전쟁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초일류도시의 그림은 하루아침에 나오지도 않지만, 높은데서 멀리 보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따라서 독자적, 선도적, 국제적인 메가시티를 위해서는 새의 눈높이에서 보는 조감도(bird’s-eye view) 차원을 뛰어넘어 위성 뷰(satellite view)의 감각으로 설계해야 한다. 또한 시행착오를 용인하는 축적(蓄積)의 시간과 시민들의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선도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 다음 세대의 주인(Be the First, Be the Best, Be the Next)이 되어야만 오래오래 살아남는 도시가 된다.

서울이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고, 민선8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제물포 르네상스’와 ‘초일류도시 인천’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는 결단이고 전문가는 역할 수행이다. 서두르지 않되 게으르지 말 것이며, 한치 앞이 아닌 몇 십 년 앞을 보면서 정교한 중장기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눈높이에서 보지 말고 아주 높은 곳에서 볼 것을 다시 한 번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의무가 있다. 훌륭한 도시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그런 도시를 만들 뛰어난 도시 리더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이 필요하다.

 

▲ 전찬기 인천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 전찬기 인천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전찬기 인천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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