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와 다르게 흥행이나 수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술영화를 제작하려는 곳은 많지 않다. 따라서 보통 예술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로 만들어진다. 시장 논리에 맡기면 예술영화는 사라질 테지만 예술성과 시대성을 영화로 승화시킨 이 영역을 그래서 육성하고 상영하는

전문 공간이 있다. 인천의 '미림극장'과 '영화공간주안' 이 그런 기능을 한다. 인천시민들에게 독립예술 영화 관람 기회를 주고 다양성을 접할 수 있도록 존재하는 귀중한 우리 자산인 영화관 2곳을 소개한다. 극장별 대표를 만나 독립예술영화관 운영에 대해 소상히 듣기도 했다.

 


 

인천 미림극장, 추억 통해 내일을 꿈꾸는 공간

1957년 천막서 출발 … 현재 실버문화공간
어려운 재정 속 고군분투 … 많은 지원·관심을
축제·전시·청소년 영화제 프로그램도 진행

▲ 미림극장 외부 모습.
▲ 미림극장 외부 모습.

인천 동구 송현동 한 쪽에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인 1957년 천막이 들어섰다. 천막은 평화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안에서 무성영화를 상영했다.

아름다운 숲이라는 뜻의 미림(美林)극장의 전신이 바로 이 평화극장이다. 당시 영화와 영화관은 인천시민들에게 고달픈 현실을 잠시 잊고 더없는 문화생활을 누리는 공간이자 꿈과 희망을 키우는 장소였습니다.

한때는 미림극장을 포함해 20여개가 넘는 영화관들이 인천의 구도심,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영업을 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고 지역 상권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다른 많은 극장과 마찬가지로 미림극장도 200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3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재개관을 하는 미림극장은 당시 정책에 따라 노인문화 전용시설로 다시 출발했다. 얼마 전까지 관람료 2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노인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서비스를 하는 미림극장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운 위기를 몇 번이나 맞았다.

현재도 존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전 영화와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역사를 지키고 실버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 미림극장 내부 모습.
▲ 미림극장 내부 모습.

 

[인터뷰]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

▲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
▲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

지난 2020년 대표직을 맡은 그는 먼저 극장 이름을 '추억극장 미림'에서 '인천 미림극장'으로 바꿨다.

“어르신들에게 추억은 현재를 살아갈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과거에만 머물려고 하지 않거든요. 세대를 한정하지 않고 서로에게 배우고 교류하며 내일의 희망을 바라는 꿈의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미림극장의 오랜 역사만큼 미림극장을 꾸준히 사랑하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려운 재정 상황에 극장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림극장은 동구의 유일한 극장이지만 어떠한 지원이 없어 안타까워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는 오늘 방문한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하나로 극장 운영에 힘쓰고 있다.

최 대표는 영화관에서 문화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해 영화상영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기획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영화관은 영화상영이 대부분이지만, 미림극장은 축제와 전시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영화관을 운영하고 영화제를 기획하는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는 미림극장과 독립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외부에서 볼 때 동인천이 오래된 이미지가 있지만,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가 활동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관광객들이 우연히 미림극장을 지나다가 방문하는데 많은 사람이 직접 와서 영화를 직접 보고 가면 큰 힘이 될 거 같아요.”

 


 

영화공간 주안, 다양성 인생영화 만난다

인천 최초 지자체 설립 예술영화 전용관
15년간 2500편 상영 … 애호가 전국서 발길
구민·행정기관 찾아다니며 적극 홍보 계획

▲ 영화공간 주안 모습.
▲ 영화공간 주안 모습.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대로 716에 2007년 처음 문을 연 영화공간주안은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았다. 미추홀구가 운영하는데, 지자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인천 최초이자 유일한 예술영화 전용관이라서 의미가 크다.

영화공간주안은 네 개의 상영관과 한 개의 다목적 소공연장을 갖췄다. 4개 관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예술영화관으로 인정받았다.

이 전용관에서 지난 15년간 상영된 작품은 총 2500편쯤 된다. 5만6659회 걸쳐 상영했으며, 62만2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영화공간주안은 인천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다양성 영화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찾는 곳으로 명성이 드높다.

▲ 영화공간 주안 내부 모습.
▲ 영화공간 주안 내부 모습.

 

[인터뷰] 박영우 영화공간주안 관장

▲ 박영우 영화공간주안 관장.
▲ 박영우 영화공간주안 관장.

지난 13일에 관장직에 부임한 그는 이후 3년간 영화공간주안의 업무를 총괄한다. 박영우 관장은 영화공간주안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공간주안이 '돈 먹는 하마'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처음에는 저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는데 예산이 들어오는 곳도 많고 실제로 업무를 해보면서 들리는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여전히 지자체에서는 영화공간주안에 대해 좋은 시각이 아니지만, 그는 이제 영화공간주안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구민들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화공간주안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홍보를 잘하고 이 공간을 잘 활용하면 분명히 많은 사람이 찾아줄 것이라 생각해요.” 박 관장은 직원들의 근무 환경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 급여도 적고 사무실에 창문도 하나 없는 등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한 상황이죠. 얼마 전에 근무 환경개선을 위해 별도 예산을 신청했어요.”

그는 조직이 안정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화공간주안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공간주안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닌 영화를 완성하는 공간으로 관객에게 다양한 예술영화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만나는 예술영화가 관객들의 인생 영화가 될 수 있도록 영화관이 가진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지고 싶어요.”

/글·사진 장지혜·변성원 기자 jjh@incheonilbo.com

/인터뷰외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미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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