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호 변호사.
▲최명호 변호사.

법정에서 겪는 싸늘함, 위기감 등에 시달려온 지 벌써 37년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원칙들이 입에서 맴돌지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고 싶은 말들을 참고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며 결정권자의 심기를 거슬리지 아니하고 이 세상 누구보다 겸손한 척 고개를 숙이고 지내온 게 현실이다.

이렇게 적당히 비겁한 필자와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을 과감히 하고 자기가 배우고 생각하는 원칙을 외치는 데 조금도 물러서지 아니하는 우영우 변호사가 한참 인기이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맙고, 우리 법정의 현실도 우 변호사의 자유롭고 공정하게 외치는 포효가 얼마든지 수용되며 조금도 불이익이 주어지지 아니하는 분위기로 변할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

우 변호사와 사건 토론을 하는 법률팀장 사수(師授) 변호사가 훈계한다. "변호사는 고객의 권리를 보호하고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할 뿐이다. 세상을 낫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는 판사가 판단하는 것이다" 영우는 굴하지 않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라고 맞받아친다. 팀장은 다시 "어느 쪽이 사회정의인지는 판사가 판단한다"며 소리를 지른다. 신경질적이다.

작가가 일부 법률가로부터 들은 제한적인 시각일 터이다. 이를 보고 들은 시민들이 과연 변호사는 정의를 세우는 데 보조적인 역할 이외엔 없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사회의 수없는 부조리와 벽을 허물고 인권을 옹호하며 사회정의를 수립한 많은 사건의 원인은 담당 변호사의 창의적이며 저돌적인 추진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무원인 검사, 판사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적극 솔선하여 정의를 발견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지난 37년 동안 일한 사건들 중 몇 가지 사례가 떠오른다.

우리 고장 인천의 사법경찰관(경찰 및 검찰 등)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어느 누구도 경찰서, 검찰청 등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던 때였다. 사경과 싸우고 재판을 거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기준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점이 자랑스럽다. 이 과정에서 필자로부터 기인한 판례들이 로스쿨에서 공부된다고 하니 뿌듯하다.

인천 D 대기업의 방산 비리 사건을 추적해 임원들이 구속되고 100억 원 가까운 국민혈세를 반납시킨 일이 사회정의 실현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최정상 임원진들은 빠져나가고 실무진 하부 임원들이 구속되고 희생된 점이 안타깝기는 하나, 남들도 하는데 우리만 왜 안 하지라는 해이된 도덕심을 목격하고 보니 오히려 무서울 뿐이었다.

수 일 전 세종경찰청으로부터 피고발인 여러 명의 구속통지를 받았다. 상담하던 어떤 분이 세종시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 통장 매매, 심지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공문서 위조행위 등으로 수 십억 원의 차액을 챙기는데 관련 사정기관들이 그저 손 놓고 있기만 한 현실을 토로하는 것을 듣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국가수사본부에 필자 명의로 조목조목 적은 고발장을 제출했다. 수 개월 수사 끝에 결국 용의자들은 일망타진됐다. 고발 조사 초기 인천에서 세종으로 여러 번 다니면서 정성을 다해 진술하고 이 사건이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 무슨 귀찮은 일을 제기하느냐'는 식으로 짜증을 내기도 했다. 경찰관을 달래고 설득하면서 기초조사를 마친 뒤 내심으론 엄청 실망하던 차였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담당 수사진이 변경되더니 몰라보게 달라진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범죄행위 유죄 입증에 성공한 것이다. 수사 경찰관이 사건을 보는 태도 여하에 따라 이렇듯 천지 차이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늘 감시되고, 지적되며, 부단히 고쳐져야 하는 경찰 시스템임에 틀림 없다.

돈을 대고 거액을 챙기며, 배후에 숨어 걸리면 대타 행동책만을 징역 보내는 그들은, 심지어 범죄단체 조직으로 조사를 받고 구속까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다른 건들도 제발 이 사건 사경들처럼 열정을 갖고 조사를 철저히 해서 부동산 투기꾼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쉽게 돈 벌려는 사람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줘 다시는 무모한 범죄를 못하게 해야 한다. 사정기관의 제1의 순기능이며 당연한 임무 아닌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라고 사수 변호사의 눈치를 보며 조금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우 변호사의 모습이 듬직하다. 다소 침울해 있는 우리 후배 변호사님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사회 부조리의 벽을 허물고 정의를 밝히는 데 우리는 하늘이 준 엄청나게 큰 힘을 지니고 있다. 많은 돈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것이며, 계량할 수 없는 힘이다. 즐겁게 진리를 찾다보면 큰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최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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