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에 역행하는 자의 결말은 불행
▲ 성으로 들어가 바르게(正) 다스리는(攵) 것을 정사(政정)라 한다. / 그림=소헌

몰락한 양반가의 독자로 태어난 이기붕은 열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다. 미국 유학 중에 이승만을 만나면서 그의 측근이 되었다. 1934년 귀국 후 상점과 다방 운영, 지배인, 건축청부업 사무소를 거쳐 광산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광복 후 이승만이 귀국하자 그의 사저에서 집사를 하게 된다. 이기붕은 부인 박마리아의 수완에 힘입어 급속하게 출세한다. 1948년 정부수립 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이후 서울시장에 재선한다.

이기붕은 1951년 자유당을 창당하였는데, 2년 뒤 중앙위원회 의장이 되면서 '권력의 2인자'로 등극한다. 그는 맏아들(이강석)을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시켰으며, 이승만 장기집권을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가결시킨다. 1960년 이기붕은 3·15부정선거를 통해 부통령에 오른다. 그때 이승만은 85세 고령으로서 임기를 마칠 가망이 없었기에 유고 시 대통령승계권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4·19혁명으로 인해 이승만 정권은 몰락하고, 4월 28일 새벽에 이강석의 권총으로 인해 그의 가족이 몰살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爲(위)는 의도적으로 취하는 행위(作爲)를 말하며, 政(정)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政事)을 말한다. 제37장 爲政(위정-인위적인 정치권력)은 도덕경 상편 「道經」의 마지막 장이다. 도경에서는 세상이 존재하는 원리를 풀었는데, 자의적으로 조작하거나 탐욕으로 인한 자연의 도를 거스르는 행위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위정자가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한다.

도는 항상 작위作爲를 하지 않으면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만약에 한 나라의 왕이 그렇게 무위의 도를 지킨다면, 천하의 만물은 저절로 교화(敎化.가르침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감)할 것이다. 만물은 자라남으로써 여러 가지 욕심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 욕심을 이름 없는 본래의 바탕(진박)의 도를 가지고 누르고자 한다. 이름 없는 본래의 바탕 또한 장차 어떻게 하겠다는 욕심이 없다. 이렇게 욕심을 일으키지 않고 고요한 마음을 품으면 천하는 스스로 자리를 잡아 안정될 것이다. (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自化. 化而欲作 吾將鎭之以無名之樸. 無名之樸 夫亦將無欲. 不欲以靜 天下將自定. 「道德經」 第37章-爲政)

 

政 정 [정사 / 다스리다 / 바로잡다]

①갑골문에 正(정)은 성(城)을 뜻하는 口(구)자 아래에 발을 뜻하는 止(지)로 표현했다. 足(발 족)과 유사한 모습이다. ②正(정)은 정권을 잡은 군주가 성(口)으로 들어가는(止지) 형상이거나, 불의한 정권을 개혁하려는 정벌군이 성(口)을 치러 가는(止) 모습이다. ③바르게(正정) 다스린다는(_복) 글자가 政(정)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정사政事라 한다.

불리한 선거상황에 처한 자유당은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갖가지 부정을 저지른다. 공무원과 경찰 등 공권력은 물론 정치깡패까지 동원해 야당을 탄압하였다. 투표장에서는 야당 참관인을 끌어냈고, 투표자들의 용지를 공개하도록 하였다. 또한 이기붕이 찍힌 위조투표용지를 무더기로 집어넣기도 하였다. 개표가 시작되자 100%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오자 오히려 하향조정을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란 바른 것(政者正也)'이라 했다. 인위적으로 권력을 소유하려는 자는 어리석다. '無爲'란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무위 정치란 '民'으로부터 위탁받은 힘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일을 말한다. 도리에 벗어나거나 역행하는 자의 결말은 불행하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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