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마다 악취 민원 골머리
'진동장치 부착' 굴삭기로 수확
부평구 “올해 일찍 작업 시작”
▲ 지난 20일 오전 인천 부평구 주부토로 한 길가에서 진동수확장치가 장착된 굴삭기로 은행나무 열매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일 오전 인천 부평구 주부토로 한 길가에 3t 규모 굴삭기가 등장했다.

집게 모양 기계를 장착한 중장비가 은행나무 몸통 부위를 단단히 붙잡고 흔들기 시작하자 나무 전체가 부르르 떨리면서 순식간에 열매가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곧바로 나무 옆에서 대기하던 노동자들이 떨어진 수천개 은행 열매를 포대 자루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악취가 밖으로 퍼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포대 자루 안에는 비닐이 끼워져 있었다.

부평구 공원녹지과 지안종 주무관은 “보통 매년 9월 말부터 한 달 반 정도 은행 열매 수확 작업을 하는데 올해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이달 중순부터 시작해야 했다”며 “수확된 열매는 대부분 전량 폐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인천시내 곳곳에서 은행나무 열매가 익기 시작하자 시민들이 열매 악취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내 은행나무는 총 4만5145주로 이 중 악취를 유발하는 암나무는 전체 28%(1만2737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최근까지 '120미추홀콜센터'에 접수된 은행 열매 관련 민원은 아직 18건에 불과하지만 현장에서는 시민들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암 은행나무는 병해충에 강하고 대기 오염 정화에 탁월해 가로수로 많이 심지만 악취 등 여러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은행 열매 악취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자 시는 2020년부터 지자체마다 진동수확장치를 구입하도록 2000만원씩 지원했다.

현재 지자체들은 이 장치를 굴삭기에 부착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동수확장치로 털어낼 수 없는 열매는 노동자가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긴 장대로 쳐서 떨어뜨린다.

시 관계자는 “타 시·도에서 설치한 열매 채집망의 경우 차량과 보행자 시야를 방해해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태풍이 분다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며 “시간과 인력, 예산을 고려할 때 진동수확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