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3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바추렌의 특별지도를 받고 있는 선수들.

 

▲ 특별지도 중인 바추렌(가운데).

 

▲ 인천시청 김준기 선수와 훈련 중인 바추렌.

 

▲ 바추렌(왼쪽)과 김원찬 감독.

 

“복싱을 통해 오래 전 인연을 맺은 인천과 한국, 그리고 김원찬(인천시청 복싱 감독)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의 재능이 이 곳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학가설경기장 내 복싱장.

요즘 몽골인 ‘스타 복싱 지도자’ 바추렌 담딘바자르(49·BATSUREN DAMDINBAZAR, 이하 바추렌)가 이 곳에서 인천시청 및 인천체육고등학교, 인천복싱아카데미 소속 복싱 선수들을 지도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최근 인천복싱협회 초청으로 인천에 와 제103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인천대표 선수들을 특별지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지도 아래 인천대표 선수들 역시 전국체전 입상을 목표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1990년부터 9년 동안 몽골 복싱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몽골이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7개(금1, 은2, 동4) 중 5개(금1, 은2, 동2)는 그가 지도자로 활약할 때 나왔다.

그는 로컬 지도자로 경력을 쌓다 2007년 처음 몽골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로 발탁,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조국에 안겼다.

지도력을 인정받아 몽골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승격한 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들을 이끌고 출전해서 첫 몽골 아시안게임 복싱 챔피언(60kg·Otgondalai DORJNYAMBUU)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이 챔피언과 함께 2016 리우올림픽에 나서 동메달을 합작했다.

이밖에도 그는 2009년 바쿠 대회를 시작으로 몽골 대표팀 지도자로 출전했던 5번의 세계선수권에서 7개의 메달(금1, 은1, 동5)을 수확했다. 2016년에는 ‘Burte Chono Award’ 최고 코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수확했다.

그는 이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몽골 교육대에서 체육교육 학사(1997년)를 취득한 이후 꾸준히 노력해 석사(2008년)를 땄고, 드디어 올해 몽골 ‘복싱 발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을만큼 학구파이기도 하다.

 

▲ 몽골인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바추렌의 스승이었던 엔크밧이 출전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의 복싱 대진표.

 

▲ 1988 서울올림픽 4강까지 진출해 몽골 최초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획득한 엔크밧(붉은색 MGC)의 당시 대진표.

 

그는 1997년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 몽골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하면서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몽골인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엔크밧(N. Enkhbat/1988년 서울올림픽 복싱 60kg 동메달)이 그의 국가대표 선수 시절 스승이었던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2000년대 초 한국에 와 잠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옷을 입고 한국을 응원하던 바추렌. 사진제공=바추렌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직접 경기장을 찾아 붉은악마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열심히 응원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에 머물며 88서울올림픽기념관을 직접 방문, 그의 스승이었던 엔크밧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았다.

이후 사비를 들여 비디오테이프 6개 분량에 이를 기록한 뒤 고국으로 가져가 현지 TV에 소개, 몽골 체육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몽골 지도자의 길을 걷던 그는 2010년 인천과 인연을 맺는다.

당시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린 교류전에 출전했던 인천시청의 김원찬 감독과 만나 다음해까지 아시아복싱연맹(ASBC) 코치분과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후 바추렌과 김원찬 감독은 지금까지 교류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바추렌은 특별지도 후 몽골로 돌아가 몽골복싱협회와 대표팀 지도자 복귀 문제를 논의한다.

바추렌은 서툰 한국말로 “특별지도 기회를 준 김원찬 감독과 인천복싱협회에 감사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곳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김원찬 감독은 “지금은 전국체전 대표 선수들을 지도하고, 체전 이후에는 귀국 전까지 인천의 중학생 선수 등 꿈나무들을 잠시 가르칠 예정이다. 세계적 수준의 지도자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