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 농산물 가격 폭등
배추 수급난 겹쳐 생산 차질
조합원 목숨줄, 고통 더욱 커
저가 중국산과 불합리 경쟁
수입자 관세 회피 개선해야
전국 첫 민관협업 문화사업
만지고 발라보는 전통 체험
찾아가는 '연수김치통' 호평
식품 연구개발센터 구상 중
세계시장 향해 더 멀리 뛰자
“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가슴 한편에 묻어놓은 아련한 첫사랑도 아니고, 뭐 이리 김치 사랑이 절절하고 대단한가 싶어 어렸을 적 킥킥거리며 불러봤을 노래.
그때는 소시지 반찬에 밀려 미처 알지 못했던 노래 주인공의 진가는 나이 먹을수록 금세 동나버리는 빈 김치통과 함께 드러난다.
1년간 먹을 수백 포기의 김치를 담그기 위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정성 가득 담긴 김치는 빠질 수 없는 고정 반찬으로 식탁을 차지한다.
맛있는 김치를 위해 냉장고 하나 들이는 건 당연하리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김치 사랑은 각별하다.
▲'금(金)치'된 김치, 업계 비상
최근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김치의 별명은 금(金)치다. 분식집 가서 김밥 한 줄 시켜도 밑반찬으로 딸려 나오고, '반찬은 셀프'라고 적힌 식당에는 주문한 음식보다 몇십배는 많아 보이는 김치가 커다란 통에 담겨있곤 했다. 그러나 요즘 식당에는 마음껏 양껏 가져다 먹을 김치가 없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태풍까지 겹치면서 배추 생육 저하는 물론, 농산물 가격까지 상승한 탓이다.
“배추 수급 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산 공장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어요. 조합원들 모두 '너무 힘들다'고 호소해요. 배추가격이 30∼40% 올랐다고 하지만 저희가 느끼기엔 10배 올랐어요. 지난해에는 크고 싱싱했는데 요즘은 크기는 반으로 줄고 가격은 계속 올라요. 그렇게 따지면 20배는 오른 셈이죠.”
연일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배추 수급난에 처한 조합의 상황을 묻자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소비자들은 대체재라도 고민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목숨줄이자 삶이기에 현장의 고통은 더욱 크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로 외식이 줄고 일반 가정집에서 국내산 김치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타 업계와 달리 김치 업계 매출은 상승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수급에 차질이 생겨 조합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간신히 납품해도 들여오는 가격 자체가 비싼 탓에 인건비 맞추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산 김치와의 불합리한 경쟁
지난 2007년 인천지역 15개 제조업체가 모여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인천시민과 국민 식탁에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올리자는 신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중국산 저가 김치와의 불합리한 경쟁이다.
중국에서 김치를 수출하는 업자는 수출보조금 수령을 위해 높은 가격으로 신고해 보조금을 받는다. 한국에서 중국산 김치를 들여오는 수입자는 중국 내 수출자와 손잡고 중국 시장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 수입 관세부담을 회피하는 꼼수 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조합은 지속해서 중국산 수입 김치 신고 제도를 (현행 인보이스) 중국당국에서 발행하는 '면장'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치은 이사장은 “중국산 김치는 배추보다 싸게 한국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원재료인 배추가 1000원 중반대라면 중국산 완제품이 800원대에 수입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과거 한·중이 수교 체결할 때 중국산 김치기 수입될 줄 상상도 못 하고 양국에서 김치는 면장 의무 품목에서 제외됐다. 이제라도 무작위로 면장을 받아 수입과정이 합리적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김치 제조공정의 자동화·스마트화는 물론, HACCP 인증 등 질 좋은 김치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치 양념 혼합 공정 효율화를 위해 세계김치연구소가 개발한 '김치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를 들여와 생산성을 높였다.
▲지역사회와 함께 뛰는 조합
최근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차량 하나를 마련했다. 인천 연수구와 함께 김치 문화 보급과 지역 내 식품산업 발전 환경 조성 사업인 '찾아가는 연수김치통(通)'이다. 전국 최초 민·관 협업으로 운영되는 찾아가는 김치 체험교육으로 유치원, 학교, 공동주택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평소 체험 기회가 적었던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량에 올라 직접 배추를 만져보고 양념을 발라보면서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많죠. 옆에서 강사들이 친절하게 알려주면 곧잘 따라 해요. 집에 가서 자랑하겠다고 고사리손으로 만든 김치 한 통 쥐고 뛰어가는 아이들 보면 절로 미소가 일죠. 잊혀가는 전통식품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김치에 대한 관심이 실생활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체험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인천지역 생산 김치 등 식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식품 R&D(연구개발) 센터 설립을 구상 중이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늘 식품인들이 단합하고 지금보다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인천과 같은 생활권인 경기도 부천과 시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식품 연구개발 센터를 건립하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로 오랜 기간 중소기업이 답보상태였다. 코로나 풀려가면서 세계 시장을 넓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움츠렸다가 뛰면 더 멀리 뛸 수 있지 않냐”면서 “중소기업인들도 300만 인천시민들도 애향심을 갖고 지역 제품 생산과 구매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 인천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치고 때로는 양보하며 인천이 더욱 발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인천일보·창립 60주년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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