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이어 내년 편성 계획 빠져
야생동물 관련 항목 뭉뚱그려
환경단체 “생태적 가치 인식 無”
시 “보호종 많아 따로 책정 안해”

인천의 시조(市鳥) 두루미가 인천시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시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두루미 보호 활동과 관련한 별도의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7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인천시는 2023년도 예산안에 두루미 관련 예산 항목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야생동물 관련 예산 항목으로 뭉뚱그려 예산안을 수립 중이다.

시는 올해에도 두루미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시는 야생동물 보호 2억8600만 원, 야생동물 피해 예방 1억2000만 원, 보호조류 탐조 생태관광 2억 원 등을 세웠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항목과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두루미가 인천 시조이긴 하나, 보호종이 한두 종이 아니어서 두루미만 따로 예산을 편성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도에 저어새 등 철새 관련 항목으로 예산 5000만 원을 추가로 세울 계획인데, 여기에 두루미 보호 활동 사업이 포함되도록 관련 단체에 협조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두루미와 관련한 별도 예산이 아닌 데 있다.

이 같은 예산안 수립 계획에 관해 환경 단체 및 두루미 보호 활동가들은 인천시가 인천 시조인 두루미의 생태, 문화적인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진형 가톨릭환경연대 선임대표는 “인천 시조 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없다. 자취를 감췄던 두루미가 최근 인천을 다시 찾고 있다”며 “두루미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은 것은 두루미의 가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두루미는 인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새다. 두루미 관련 예산을 따로 세워야 지속적인 두루미 보호 활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