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달궈진 북태평양, 루사·매미 악몽 재소환

고위도 29도 안팎 수역 지나며 세력 키워
통상적 '태풍 공식' 벗어나 이례적 발달

하지-추분 사이 태양 고도 높아 햇볕 강해
동서 양편 고기압으로 저기압성 회전 강화
▲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5일 오전 수원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 쓰고 힘겹게 발길을 옮기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가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예상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들면서 6일 새벽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한반도에 역대급 피해를 입힌 태풍 '루사'와 '매미'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오후 1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전날 오후 8시부터 비상 1단계를 가동한 뒤 12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비상 2단계로 올렸다가 불과 5시간 만에 다시 대응단계를 올려 대비체제 강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도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다음 날인 6일 새벽 양평·광주·여주·안성·이천·용인·평택 등 7개 시·군에 태풍 특보가 발효할 예정이다. 강수집중시간은 이날 자정부터 6일 오전 9시까지로 예상 강수량은 5일 70∼120㎜, 6일 40∼150㎜이다.

힌남노는 통상적인 '태풍 공식'을 깨고 이례적인 과정으로 발달됐다. 보통 태풍은 저위도에서 발달해 북상하고, 고위도에서 세력이 강해지는 경우는 작은 태풍이 대부분이다. 힌남노는 강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북상하다가 북위 30도선을 넘어선 고위도에서도 29도 안팎의 고수온역에 의해 이례적으로 세력을 키웠다.

한반도를 휩쓸었던 역대급 태풍들은 모두 '가을 태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국적으로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0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루사'(2002년)가 대표적이다. 2003년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고, 1959년 '사라'는 849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가을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데는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이 크다. 하지와 추분 사이 북태평양 인근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다.

태풍 양쪽에 있는 기압도 발달을 돕는다. 힌남노는 우리나라 남쪽 부근에서 서쪽의 티벳 고기압과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인해 저기압성 회전을 강화하는 등 여러 조건을 통해 대칭적이고 뚜렷한 형태를 갖췄다.

여름보다 가을 태풍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우식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가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낸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논문에 따르면 9∼10월 가을 태풍 빈도는 2000년대 접어들며 3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들이 가뭄이나 집중호우의 타격을 받는 여름에 더해 농작물 수확기인 가을까지도 태풍에 대한 경계 태세를 게을리할 수 없게 됐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부는 동풍과 서쪽 티베트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힌남노를 계속 회전시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패턴은 주로 저위도에서 일어나는데, 제가 예보를 시작한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괄예보관은 “지금부터는 시설물 점검 등의 단계가 아니라 인명피해 예방 단계로 봐야 한다”며 “외출한다거나 상황을 살피러 나가지도 말고 안전한 곳에 머물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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