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체제 한반도…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 전쟁(戊무)이 끝나면 농사를 지으며(丁정) 평화로운 세상을 이룬다(成성). /그림=소헌

이 땅에서 '광복'은 미국과 소련의 분할(分轄.나누어 관할함)과 함께 왔다. 결국 한강토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북측에는 소련군이 남측에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 당시는 일제의 무조건적인 무장해제를 위한 것이었으나 점차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점령으로 변했다. 미군은 일본 본토를 포함하여 버마 랑군과 마셜제도에서, 사이판과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전투를 치른 대부분 지역에서 별도로 항복문서 조인식을 하며 제국의 힘을 과시했다.

1945년 9월9일 서울에서는 38선 이남 지역에 대한 항복문서 조인식이 있었다. 거리에서는 수천 명 조선인이 열광적으로 미군을 반겼는데, 이때 질서유지를 맡았던 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일제의 경찰이었다. 항복 서명을 받은 미군은 곧바로 조선총독부 건물에 세워진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올렸다. 그들을 '해방군'으로 알고 환영했던 조선인들은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하였다. '남한 내 유일한 정부이며 주권의 담당자'라고 정의한 미군정은 조선인의 자치정부 수립을 원천적으로 말살했다. 이후 국내 좌익과 우익은 극심하게 분열하였으며, 몇 년 뒤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광복의 기쁨 없이 휴전체제 안에서 살고 있다.

任(임)은 믿고 맡기는 것이요, 成(성)은 이루는 것이다. '任成'은 일꾼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맡겨 두는 것이다. 도덕경 제34장 任成(임성-일하도록 맡겨 두다)에서는 범람하는 물길을 비유함으로써 자신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道의 품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도는 자신을 추켜세우지 않으며(不辭불사), 명예를 취하지 않고(不有불유),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不爲主불위주). 여기에서도 노자는 '어머니'를 거론했다. 당신에게 미운 자식이 있겠는가?

큰 道는 넘쳐흐르는(氾濫) 큰물과 같구나!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마음대로 갈 수가 있다. 만물은 도에 의지하여 낳고 자라나지만, 도는 자신을 추켜세우지 않는다. 도는 모든 공을 이루면서도 스스로 명예를 취하는 것이 없고, 만물을 입히고 먹이면서도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도는 언제나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작다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도는 만물을 귀속시키면서도 주인 노릇을 하지 않으니 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도는 끝끝내 스스로 크다고 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능히 클 수가 있다.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以生 而不辭. 功成而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 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道德經\ 第34章-任成)

 

成 성 [이루다 / 완성하다]

①丁(정)은 '장정·일꾼'이나 '못·고무래' 또는 '넷째 천간(甲乙丙丁의 정)' 등에 쓰는 보기보다 복잡한 글자다. ②成(성)은 창이나 도끼를 뜻하는 戊(무)와 丁(정)이 합쳐졌다. ③成(성)은 전쟁 무기인 도끼(戊무)를 녹여 농사 도구인 고무래(丁정)로 만드는 것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④전쟁(戊)이 끝나면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丁) 평화로운 세상을 이룬다(成). ⑤歸馬放牛(귀마방우)는 '말을 돌려보내고 소를 풀어 놓아주다'는 고사성어다. 다시는 전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서 이를 한 글자로 만들면 成(성)이 된다.

지난주 한미연합연습(UFS.을지 자유의 방패)이 종료됐다. 국방부는 '실전적인 전쟁연습'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기억하자. “한강토(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 원칙을 확인했다.” 2018년 능라도 연설 中.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