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이랑 국제공항은 건설은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다툴 문제도 아니에요. 이걸 해결하려면 우리 같은 주민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쯤, 화성시 병점동 한 아파트 회의실에서 주민 6명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토론 주제는 ‘군공항’과 ‘국제공항’. 이들 주민은 병점·봉담·진안·태안 등에서 오랜 세월 생활한 지역민이다. 주민자치위원회나 아파트 동대표, 사업현안 추진단체 활동을 하는 등 지역의 대소사에 늘 함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은 늘 전투기 소음피해와 개발 소외에 시달려야 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병점권 연합회’, ‘화성국제공항 유치 화성시민 비상대책위원회’, ‘화성국제공항 유치 시민연대’ 등 제각각 단체를 대표해 목소리를 냈어도 똑같다. 이에 주민들은 ‘공론화’를 직접 이끌기로 했다. 이날 모인 자리는 그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토론을 진행한 이병연 병점권 연합회장은 “주민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군 소음피해인데, 군공항을 이전하는 동시에 국제공항을 지으면 소음과 동·서 교통망 구축 등의 발전을 이룬다”며 “그동안 개별적으로 펼쳐졌던 우리의 노력이 합쳐져 반드시 숙원을 이루자”고 운을 띄웠다.

병점권 연합회는 20개 단지 넘는 아파트와 4만여명에 달하는 주민이 결집한 단체로, 지난 1월 군공항 이전 및 국제공항 건설을 최대 안건으로 채택했다. <인천일보 2월 10일자 1면 ‘“모든 수단 불사하겠다”…화성 군공항 피해주민 4만명 결집’ 등>

연합회는 최근 이와 관련해 주민 8383명이 동참한 서명부를 완성했고, 오는 2일 화성시청을 찾아가 전달할 방침이다.

주민들은 이어 각자 가져온 자료를 참고하면서 활동 당위성에 대해 논의했다.

▲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쯤, 화성시 병점동 한 아파트 회의실에서 열린 '군공항 이전 및 국제공항 건설' 관련 주민 공론화 자리에서 한 주민이 국제공항 유치 성명서 등을 읽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차성덕 비대위원장은 “수원시와 화성시에 걸친 군공항은 70여 년 전 건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주변이 도시로 팽창하고 인구가 늘어나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상태”라며 “소음피해와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 문제가 없도록 군공항을 재설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화성국제공항으로 건설해 신분당선을 봉담·남양·마도·조암 등으로 연장하고 국제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경제적 효과, 피해 저감효과 등에 대해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와 주민들의 토론 등으로 확인하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들은 갈등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비판하는가 하면, 전투기 추락 사고 발생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은 토론 결과 ▲연대단체 구성 및 상시 토론 ▲참여 주민 확대 ▲SNS를 활용한 정보 공유와 오해 해소 ▲집회 등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 등을 과제로 내놨다. 10월 안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앞서 6월엔 동탄·병점·봉담·향남 등 지역에서 아파트 대표 등으로 있는 주민 20여명이 ‘공항이전공론화위원회’를 출범,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군공항 이전 예비이전후보지인 화성 화옹지구가 왜 국제공항 건설부지로 적합한지 등을 놓고 의견을 모아 지역에 홍보할 예정이다. 또 화성지역 주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공론의 장 마련을 목표로 설정했다.

송은규 위원장은 “지자체가 무리하게 개입하면 주민 간 갈등만 양상한다”며 “아무리 좋아도 일방통행식 정책·행정은 피해야 하며, 화성 주민들이 평가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공항 피해 지역인 화성시에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군공항·국제공항 관련 공론화가 활발한 분위기다. 현재 경기도가 공론화 정책을 결정한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군공항 이전과 도의 정책 모두 반대하고 있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일보 8월 4일자 1면 ‘경기도 민관협치위 ’군공항 이전‘ 공론화 실시 의결’>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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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단 불사하겠다”…화성 군공항 피해주민 4만명 결집 도심 속 군공항 안전 등의 문제로 불안에 떨던 화성시 동부지역 민심이 결국 폭발했다. 형평성이 떨어진 군 소음 보상에 이어 전투기 추락 사고까지 발생하자 무려 4만여명 주민들이 연대해 정부, 정치권과 첨예한 싸움을 예고하고 나섰다.▶관련기사: 인천일보 1월23일자 1면 [뉴스 인사이드] 조종사 숭고한 희생, 대형참사 막았지만…시민불안 증폭 등▶관련기사: “병점권 지역발전 소외” 2030 중심 여론 '부글'화성시에서 군공항 때문에 이 정도로 많은 주민이 뭉쳐 집단 움직임을 보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3월과 6월 경기도 민관협치위 '군공항 이전' 공론화 실시 의결 경기도가 도민 참여형 사회문제 해결 방안인 '공론화 사업' 첫 의제로 '수원군공항 이전'을 선정했다. 도는 연말까지 여론조사와 숙의토론회 등을 거쳐 공론 결과를 도민에게 직접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관련기사: 인천일보 8월1일자 1면 '경기도, 공론화 사업 의제 '군공항 이전' 선정'도는 3일 '경기도 공론화 추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민관협치위원회를 열고 '수원군공항 이전' 공론화 실시를 의결했다.이번 공론화 사업은 화성 군공항 반대단체, 보조금 받아 '단체 명품옷' 샀다 수원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화성시 시민단체가 시 보조금으로 1인당 수십만원 상당의 옷을 사 나눠 가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한 온라인 카페에 이런 사실이 공유되면서 시와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19일 인천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수원과 화성시에 있는 군 공항 이전과 관련된 한 온라인 카페에 '2021년 군 공항이전대응담당관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이 올라왔다. 군 공항 이전 반대 시민단체가 시의 보조금을 엉뚱한 데 썼다는 취지다.행정사무감사 내용을 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 황광용 시의원은 “ 화성시민 '경기국제공항' 공론화 속도 화성지역에서 '경기국제공항'을 유치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체 공론화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국제공항이 지역에 필요한 이유와 적절한 추진 방식 등을 시민에 의해서 직접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되고 있다. <인천일보 9월1일자 1면 '화성시민, 군공항 이전·국제공항 건설 '공론화' 나서 … 경기도 정책 힘 받나'>24일 화성지역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화성시 봉담읍 화성시민대학에서 30개 시민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경기국제공항 공론화를 위한 시민 토론회'가 열렸다.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