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타지역 학교도 합격 했지만
여행 왔다가 너무 좋아서 눌러 앉아
학우들 먼저 손 내밀어 빠르게 정착
학업 마친 뒤 인천서 사회생활 바람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제도시 인천을 찾고 있다.
한국말과 문화가 전 세계 곳곳으로 퍼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외국인 유학생들의 발길이 인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유학생들에게 특별하다. 한국에 도착해 처음으로 밟는 땅인 인천은 그들에게 한국을 대표한다.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 한 유학생은 “인천이 한국의 첫 도시이기에 호감이 가는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송도 글로벌캠퍼스 등 유학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인천 대표 대학인 인천대와 인하대가 유학생 학업을 위해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인천에 머무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학생들의 발길이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학생은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도 인천에 둥지를 트고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을 인천이란 프리즘으로 보고 이해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향 상하이와 닮은 인천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장림(29) 인하대 학생은 인천에 정착한 지 약 3년이 됐다.
그가 처음 한국에 발을 디딘 것은 여행 목적이었다. 한번 경험했던 한국 문화가 잊히지 않아 여러 번 여행을 오다가 결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 도착을 알려주는 인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유학을 하기로 정하고 인하대뿐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 학교에도 원서를 접수해 합격했지만 인천을 오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올 때 첫인상을 주는 도시가 인천인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딱 도착했을 때 깨끗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아서 인천에 대한 호감과 흥미가 생겼습니다.”
인천의 여러 대학 중 인하대를 선택한 것은 '인(仁)'에 담긴 의미 때문이다.
“인천의 자랑인 인하대의 '인(仁)'은 어질 인자로서 항상 남을 사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배웠습니다. 저도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하대를 오게 됐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인하대 학생으로 아주 자랑스러워요.”
장림 학생이 한국에 정착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의 정이다. 중국에서 학원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지만 존칭어나 표현이 익숙하지 않던 그에게 학우들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스피치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와 친구들이 어려운 한국어와 표현을 잘 알려줬어요. 덕분에 학교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학교 생활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상하이와 닮은 구석이 많은 인천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됐다. 두 도시 모두 한국과 중국의 국제도시여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인천은 제 고향 상하이와 비슷해서 편안해요. 두 도시 모두 공항이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갑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해 있어 이를 경험해 볼 기회가 많습니다.”
끝으로 그는 학업을 마친 뒤에도 계속 인천에 남아 사회생활까지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인천에 남고 싶어요. 현재의 생활이 너무 즐거운데 3년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제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기업 등에서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만약 아쉽게도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1년에 한 번씩은 꼭 찾아올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 덕분, 편안히 잘 적응”
어릴적 한국 왕래하며 공부가 인연
고국선 금주…아직도 낯설은 술 문화
대학원 올라가 인천서 꿈 키울 계획
직접 지은 한국 이름 가장 기억남아
“한국 이름인 민호, 평생 간직할 저의 이름입니다.”
인천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사르도르(26) 학생은 5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을 찾았다. 독립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우즈벡에 있는 한국어 센터를 오가며 공부를 시작한 게 유학의 계기가 됐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싶다보니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저희 삼 형제는 각자 관심 있는 나라의 문화를 일찍부터 배우고, 성인이 되면 그 나라로 나가서 생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 센터를 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어요.”
성인이 된 후 사르도르는 다른 형제들처럼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한국을 찾았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안양대 어학당을 약 1년간 다니면서 진로를 고민했고, 주변 권유로 인천대 진학을 결정했다. 국제도시와 바다를 품고 있는 인천이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다고 한다.
“대학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숭실대와 인천대가 가장 좋다고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근데 인천이라는 도시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한국의 첫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미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 좋은 도시라고 소개를 하니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그는 유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과 본인이 지은 한국 이름 '민호'다.
다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한국 문화는 '술 문화'다. 이슬람이 국교인 우즈벡에서는 음주를 금하고 있어서다.
“한국에 와서 좋은 사람도 만났지만 나쁜 사람도 만났습니다. 좋은 사람들은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울 때 도와준 그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제가 직접 지은 한국 이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도 어려운 게 있다면 술 문화입니다. 우즈벡은 이슬람이 국교여서 술을 먹지 않는데 한국은 술을 마시면서 친해지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다른 지역과 달리 인천은 편안하고, 살아 움직이는 도시 같다고 사르도르는 표현했다.
“인천은 도시가 시끄럽지 않고, 사람들도 친절해 살기 좋은 곳 같아요. 4년 동안 송도국제도시의 변화를 지켜봤는데 그걸 보고 도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그는 인천에 더 머물며 꿈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인천에 남기 위해서 인천대 대학원 진학 절차를 밟는 중이다.
“앞으로도 인천에서 머물고 싶습니다. 대학원을 진학하면 조금 더 인천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요. 인천으로 유학을 결심한 친구들에게 목표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목적을 이룰 수 있어요.”
“우물 밖 개구리로 견문 넓혀준 도시”
배움 열정…인천행 비행기에 몸실어
융합적 고고학 새 패러다임 제시 등
공부 후 中서 대학 교단 서고 싶지만
쉬운게 아닌 교수…요리사 제2의 꿈
“인천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저에게 견문을 넓혀준 도시입니다.”
인하대학교 융합고고학과에 재학 중인 전혜농(28) 학생은 4년간 인천에서의 생활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내몽골 적봉시에서 자랐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대학에 들어가 고고학을 배웠고 졸업한 뒤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인천에 있는 인하대로 진학하게 된 것은 고향에서 만난 복기대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적봉시에 있는 대학에서 5년 동안 고고학을 공부했습니다. 발굴과 조사도 몇번을 참여했을 정도로 이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인하대로 오게 된 것은 적봉으로 답사를 온 복기대 교수님 덕분이에요.”
적봉시는 홍산문화의 대표적인 유물과 유적들, 초원 청동 문화, 친단 요 문화, 몽골-원 문화가 발견됐다. '싱룽거우 문화'로 불리는 고대 마을 유적은 역사가들에게 중국의 첫 번째 마을로 ㅁ여겨진다. 가장 큰 옥룡이 이곳에서 발굴됐고, 중국의 첫 번째 용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발견된 고대 문화 유물과 유적은 6800여곳이 넘는다.
“제가 자란 적봉지역은 면적이 클 뿐 아니라 홍산문화와 신석기 시대 문화가 발견된 곳이에요. 중국에서 적봉시는 문명 발생지라고 불릴 정도랍니다. 기후가 좋고, 초원지대도 많아서 사람들이 살기에도 좋습니다.”
전혜농 학생이 진학한 인하대 융합고고학과는 고고학과 사학을 바탕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등의 학문을 반영해 실증적인 과학 근거에 기초한 역사적 진실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융합적 탐색방법을 통해 국내 고고학 교육과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희 학과는 고고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제가 관심 있는 신석기 분야 고고학을 공부하는데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경영학과 그리고 화학, 과학 등 여러 분야를 공부할 수 있어요.”
한국 땅에서 공부를 마치면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 대학 교수가 되고 싶지만 교수가 되는 길이 쉽지 않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고고학을 해 왔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의 모습은 멋져 보였고, 저 또한 지금 이 공부가 너무 즐거워요. 중국으로 돌아가면 교수가 되고 싶지만 쉬운 게 아니다 보니 요리사라는 다른 꿈도 키우고 있어요.”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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