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주소지 등록 불구 예외적 추진 결정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는 마지막 떠나는 길도 쓸쓸히 맞게 됐다. 유가족이 시신 인도를 거부하면서, '무연고'로 장례가 치러질 수밖에 없다. 수원시는 종교단체와 함께 삼일장의 공영 장례를 치르고 고인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인천일보 8월23일자 6면·24일자 1면 '수원 세 모녀' 관련 보도>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5시 수원중앙병원장례식장에 A(60대)씨와 두 딸 등 세 고인의 빈소를 마련한다. 세 모녀의 장례는 오는 26일까지 삼일장으로 진행된다. 이튿날 25일에는 원불교 예식이 예정됐다. 천도법문·축원문 낭독, 분향 등으로 1시간 정도 거행된다.
경찰은 세 모녀의 시신을 인도할 유가족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먼 친척으로 알려진 유가족도 수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취소했다. 현행법상 유가족이 없거나, 인도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절차를 처리하게 돼 있다.
현재 세 모녀 시신은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시는 지난해 2월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7월에는 수원시 기독교연합회·수원시 불교연합회·천주교 수원교구·원불교 경인교구와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종교단체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지자체는 수원시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세 모녀의 경우 주소지가 화성시에 등록돼있어 애초 조례에 명시한 지원 기준(사망 당시 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관내에서 사망한 사람 등)에는 맞지 않다. 그러나 시는 특수한 사정이 있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예외적으로 공영장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고인들의 마지막이라도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관계부서에 특별 지시를 했다.
세 모녀의 발인은 26일 이뤄진다. 이후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하고, 유골은 연화장 내 봉안담에 봉안하게 된다. 시는 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위패·향·초·국화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부담한다.
시 관계자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세상을 떠난 세 모녀는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공영장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세 모녀는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쯤 수원시 권선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모친 A씨는 암 투병 중이었고, 두 딸 역시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A씨의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족은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빚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지만, 생계비·주거비·의료비 등 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실제 주거지(수원시)와 주민등록상 주소(화성시)가 달랐고, 개인정보 조회가 불가능한 행정적 권한 부족 등의 원인으로 지자체가 세 모녀의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 모녀의 비극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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