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지인 집에 주소 등록…복지 안전망서 빠져
지자체, 소재 파악 곤란…민간 연계 탐색 해법 모색
▲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 전체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23일 수원시 한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주택가에서 한 어르신이 휴대용 부탄가스를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해 2월 서울 관악구의 한 마을 통장으로 활동한 A씨는 '우리 빌라에 사는 남성이 걱정된다'는 주민 제보를 받았다. A씨가 집에 찾아가자, 하반신이 마비된 50대 남성이 쓰러진 채로 현관문을 열어줬다. 남성은 신체 및 정신건강이 악화해 에어컨 설치기사 직업을 그만 두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태였다. 당시 그가 머무는 단칸방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남성은 가족과 연을 끊고 지낸 지 오래라 어디 도움을 호소할 사람도 없었다.

이런 대상의 경우 각종 긴급복지를 지원해줄 수혜자 선정 요건에 충족하는데, 남성은 7년 전 이사를 오고도 전입신고 절차를 몰라 주소 등록을 하지 않았다. 행정망에 파악이 안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통장 A씨는 즉시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에 사실을 알렸고, 남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돼 지금까지 생계비·주거비 지원을 받고 있다.

통장 A씨는 인천일보와 통화에서 “통장을 하면 마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그 덕에 위기였던 주민을 구할 수 있었다”며 “해당 남성은 생계유지가 어렵고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정말 위험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사례처럼 '전입 미신고'에서 비롯된 복지 사각지대가 끝내 비극을 만들었다. 수원시 다세대주택에 사는 세 모녀가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죽음을 맞은 이후 사회적 대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일보 8월23일자 6면 '극단선택 추정 '수원 세 모녀', 도움 요청만 했어도…'>

하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숨은 가정을 모두 조사해야 하고, 개인정보 파악을 금지한 제도 등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 해법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에서 위기 대상을 찾고 행정에 연계하는 '협력 체계'로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모녀 사건과 관련해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곳에 사는 분들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방법을 찾겠다. 아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들은 고민이 깊다. 수원시는 사건 발생을 파악한 뒤 이날 오후까지 수차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예방책을 도출하진 못했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부터 수원에 살았지만, 화성시에 있는 지인 집에 주소를 등록한 상태였다. 이들은 지자체에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기록도 없다.

이에 '유령가정'처럼 수원시, 화성시의 복지 안전망을 벗어났다. 만약 세 모녀와 같은 위기 대상을 사전에 발굴하려면 적은 수의 공무원이 수많은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조사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환경이다. 또 공무원이 세금 체납 등 위기와 동시에, 등록 주소에 살지 않는 주민을 확인했다고 해도 개인정보 관련법상 후속 조치를 실행하기 힘들다.

지방자치단체는 개인정보 조회나 특정인 소재 파악 권한이 없다. 화성시 공무원이 건강보험료 연체 사실 등을 확인하고 세 모녀의 집 주소를 직접 찾아갔으나, 실거주가 어디인지 몰라 다른 지자체에 문의도 하지 못한 채 종결처리 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대책을 모색하겠지만, 위기인데 불구하고 주소가 명확하지 않은 대상은 지금 지자체 권한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수원과 화성시는 우선 처방으로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마을 주민자치위원회, 통장을 비롯해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명된 일반 주민이 사각지대 주민을 찾아 지자체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미 지역 곳곳에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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