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급, 수도권 최하위 여전
부모세대도 저임금탓 '저연금'
아파트 영끌 구입 3년간 27.8%
이제는 갚으며 미래 대비해야
집값이 크게 올랐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3년 동안 인천에서 이뤄진 주택 매매 41만6141건 중에서 'MZ세대'로 분류되는 2030세대(1981∼2002년생) 구입 사례는 27.8%를 차지합니다. 기록적인 부동산 시장 성장기에 MZ세대들 역시 '인천 집'이라는 것에 본인 최대 자본을 배팅한 셈이죠. 집값 성장세가 임금소득 성장세를 급격하게 앞지르면서 집을 갖지 않으면 어딘가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가 MZ세대 집 장만을 부추겼습니다.
주택과 주식, 코인처럼 불로소득 키워드들의 흥행이 한풀 꺾인 지금, 이제는 갚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예전 인식처럼 모으면서가 아닌, 갚으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앞으로 100세 넘게까지 살아갈 인천 청년들에게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인천지역 베이비부머 세대가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노령연금을 지급받는 결정적 이유는 상대적 저임금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매달 소득의 9%. 즉, 소득이 많고 오래 부을수록 노년에 연금을 많이 받는 구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 격차는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서울과 경기 거주자의 임금프리미엄은 전국 평균보다 높으며, 울산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도의 거주자는 마이너스 임금프리미엄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당시 김우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노동정책연구 제12권에 실린 '한국의 지역 간 임금격차: 지역별 고용조사(RES)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임금 격차를 언급하며 그 예시로 인천을 빼고 서울과 경기만 짚고 있는 건 눈여겨 볼 부분이다.
현재 노령연급 수급 세대로 진입한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지난 200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나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모두에서 인천 임금 수준은 전국 노동자 평균보다 2.5∼4.9% 더 적었던 것이다. 지역 간 임금 편차 핵심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비대칭성 때문이라지만, 정확히 따져 물으면 '서울, 경기, 울산 대 인천을 포함한 타지역'이다. 노령연금 1인당 평균 지급 금액도 울산, 서울, 경기 순으로 높다.
기획 '불로동자' 3부 1편(8월18일 자)에서 다뤘던 1961년생 영옥씨들은 인천에 정착해 이주민의 역사를 썼다면 그들의 자녀 세대들은 인천이 고향이거나 초·중·고교를 지역에서 나온 토박이들이다.
이주민들과 토박이들의 수훈으로 인천 경제 위상은 시간이 흐르며 대구를 제치고 부산까지 위협하는 거대 도시로 변모했다. 이와 상관없이 수도권 꼴찌 임금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어서 상대적 저연금 현상은 이주민 세대에서 토박이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인천지역 가입자 월 소득액에서 300만원 이상이 22.9%에 불과한 게 결정적 근거다. 울산(34.4%), 서울(34.2%), 경기(27.4%), 세종(26.3%) 등을 거쳐 전국 17개 시·도에서 9위로 확인된다.
/김원진·곽안나·정혜리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박봉의 빚 갚는 삶, 은퇴 후 믿을 건 적은 연금뿐
서울-인천, 월급 평균 임금 59만원 차이
은퇴후 예상 노령연금 12만원 차이 부메랑
국민연금, 서울·경기보다 작지만 의존도 커
중기 위주 인천, 월급 평균 331만원
치솟는 물가·집값에 임금 상승 못 따라가
영끌 집 장만 가정, 대출금 갚느라 바뻐
2021년 지역별 상용 월평균 임금은 인천 331만원, 서울 390만원, 경기 361만원이다. 이 소득 기준으로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현재 정책에 따라 은퇴 후 매달 받는 예상액은 인천 116만원, 서울 128만원, 경기 122만원이다.
젊은 시절 돈 벌 때 월 60만원 임금 차이가 은퇴 후 노령연금 시절에도 10만원 차이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게 우리 연금 구조다. 연금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붓는 사람이 나중에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는 게 세상 이치라면, 인천시민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붓는 사람들로 거듭나 조금 더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 산업은 이를 지원하기가 버거운 형편이다.
▲가계마다 예금 대신, 빚 많은 인천
노후 준비에서 저축과 투자 중 정답은 없다고 하는데, 올해 40대 행렬에 접어든 회사원 김민섭(인천 서구)씨는 본의 아니게 투자에 '몰빵'한 경우다. 한몫 두둑이 노리고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입한 경우는 아니고 단순히 실거주용 아파트 하나 장만했을 뿐이다.
인천 아파트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하반기에 민섭씨는 서구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젊은 시절 저축한 돈 다 끌어모았는데도 주택대출만 3억원이 넘는다. 집 장만 후 1년가량은 집값 오르는 거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제는 시세 확인 자체가 무서울 지경이다. 요즘 동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나 서늘하다.
민섭씨는 “결혼 6년 차에 자식도 둘인데 이렇게 더 있다가는 영영 집을 사지 못할 거 같아서 남들이 말하는 '영끌'해서 30대 후반에나 내집 장만했다. 매달 아파트 대출 원금이자만 180만원 이상이다. 맞벌이 부부라도 대출 갚는 금액이 한 사람 월급이다. 집 구입하고 갚으며 사는 덕분에 현금이 똑 떨어졌어도 이 집이 어떻게든 날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인천지역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2조2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2조889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올해 들어 가계대출액이 조금씩 떨어지나 했더니 지난 3월 52조1334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반대로 인천지역 4월 예금은행 원화예금 잔액은 대출 잔액과 크게 차이 없는 58조3672억원이다. 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이 89.5% 수준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월등하게 높은 상황이다. 인천은 전국에서 은행에 맡겨놓은 돈에 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인천보다 인구가 60만명 적은 대구지역 예금은행 예금액이 인천보다 5조가량 높은 63조6162만원일 정도다.
▲상대적 노령연금 빈곤에도 “믿을 건 연금뿐”
치솟는 부동산 가격, 2020년대 들어서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생활 물가에도 인천 임금 상승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축과 투자 여력이 없는 시민들은 노후 대비책으로 연금만 바라보고 있다.
통계청이 사회조사를 통해 지난해 인천지역 19세 이상 인구에게 노후 준비 여부를 물었더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시민 중 69.5%가 대비책으로 국민연금을 들었다.
인천보다 1인당 국민연금 평균 지급 금액이 높은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58%, 60.1%인 걸 감안하면 국민연금 지급액이 적은 인천인데도 유독 노령연금에 기댄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신 서울과 경기 사람들은 금융기관 계좌에 돈을 넣어서 나중에 연금으로 타 쓰는 '사적연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노후 대비책 중 사적연금 비율은 각각 6.9%, 7.3%인 반면 인천은 3.1%에 그친다.
사적연금은 노동임금으로 구성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여윳돈에 기반한다. 서울과 경기가 사적연금 확보에 열중일 때 인천만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설문 결과는 수도권 상대적 빈곤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지표다.
▲노령연금 안정적 확보 핵심은 임금 상승. 산업 환경 뒷받침 못해
수도권에서 꼴찌 수준의 노령연금 상황을 뒤집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중하위권 수준인 인천 임금을 급격하게 올려서 전국 상위권으로 만든 다음 고용불안 요소들을 없애 최대한 길게 보험금을 납입하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임금부터 올려야 하는 인천이지만 지난 성적표는 초라하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인천지역 임금 상승률은 32.2%로 17개 시·도에서 11위에 머물고 있다.
해당 기간 임금 상승률 1위 지자체는 경기도로 상승률이 무려 38.9%에 이른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인천과 마찬가지로 산업단지 중심 중소기업들이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던 경기도가 2000년대 진입하며 판교, 파주, 이천, 평택 등 고부가가치 경제권을 마련해 지역 임금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런 성과는 당연히 노동자들 국민연금 납입금액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연결된다.
2030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일자리 공급 구조도 수도권치고는 초라한 모습이라 미래가 밝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의 통계연보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취업 준비 중인 20·30 세대들 10명 중 3명 이상은 임금 수준 좋은 '경영·행정·사무직'을 희망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중심인 인천 산업계에선 '경영·행정·사무직' 인력을 그렇게 많이 찾는 분위기는 아니다.
2019년 인천 전 업체에서 11만1260명 일할 사람을 찾는 와중에 '경영·행정·사무직' 분야 인원은 12.5%(1만3938명)에 불과했다. 근처 서울은 전체 구인 26만6803명에서 '경영·행정·사무직' 몸집이 17.8%(4만7580명)다. 인천과 서울은 비율로 5.3%p이라고는 해도 사람 수로 따지면 세 배가 넘는 숫자다.
반대로, 인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 26만8410명 중 '경영·행정·사무직' 희망자는 21.2%인 5만7036명이다. 인천지역 인력 수요·공급 시스템 중 '경영·행정·사무직'에선 4만3098명 미스매치가 발생한 셈이다.
▲인천 안에서도 임금 따라 노령연금 격차 확연해
국세청의 2020년 인천 구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연수구 노동자 월평균 소득은 450만원이다. 인천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서구 노동자들로 월평균 소득이 350만원이다.
해당 연도 이 두 지자체 1인당 평균 노령연금 지급액은 연수구 경우 48만9000원, 서구 43만원으로 역시 인천에서 1인당 노령연금 지급액 1, 2위를 다툰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290만원으로 지역 내 최하위권인 동구, 미추홀구 노령연급 지급액은 두 곳 모두 40만4000원이다.
인천은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과 경기보다 국민연금 지급액이 낮은 동시에 인천 내 경제 격차로도 지역마다 수급액이 널을 뛰는 형국이다.
▲주택이 전 재산인 서민들. 수도권 주택연금 격차는 국민연금보다 더 커
계양구에서 30년 넘게 산 주부 정영선(59)씨는 10년 전쯤 1억 갚고 사는 게 무서워 6억원을 잃은 케이스다. 2010년에 살고 있던 빌라에서 아파트 이사 계획을 세우면서 이곳저곳을 찾다가 자녀들 대학과 가까운 경기도 광명시, 부천시 상동이 마음에 들었다. 매매 계약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가 결국 계양구 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영선씨는 “그때 기억에 지금 철산역 주변 구축 30평대 아파트가 3억원 중후반 가격대, 상동역 주변엔 3억원 초반대였다. 근데 계양구에선 같은 평수로 2억원 초반이면 무난하게 사니까 굳이 1억원 대출 더 받고 무리해서 이사 갈 거 있나 싶었다. 지금 철산 그 아파트가 10억원에 거래되고 상동도 6~7억원은 거뜬하다. 지금 우리집은 얼마냐고? 4억원 중반대니까... 이래저래 아쉽다”고 말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만약'이란 가정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영선씨가 만약, 광명시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그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들 경우 70세부터 매달 276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실제 영선씨가 살고 있는 계양구 집에서는 주택연금이 매월 123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인천과 경기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2021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각각 2억1389만원, 2억8310만원으로 비교적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2022년6월 인천 4억3496만원, 경기 6억472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2020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경기평택시을, 국민의힘)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연금 지역별 공급실적'에 따르면 그해 8월 말 기준 지역별 주택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서울이 161만4000원으로 최고치고 이어 경기가 123만7000원으로 2위다. 그 와중에 인천은 87만원으로 전국 중위권 금액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지급액이 임금소득에 비례하면서 인천시민들은 수도권에서 제일 낮은 수준의 노령연금을 받는 처지다. 거기다가 고부가가치 산업 확대 등 부족으로 도시 가치 재확립에 어려움을 겪으며 집값이 기준인 주택연금도 마찬가지로 서울과 경기보다 뒤처지는 연금 위기 샌드위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김원진·곽안나·정혜리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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