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시보호시설 '전무'…치료시설 대개 보건소 '18시 후 이용불가'
구조한 경찰 - 책임자 지자체 인계갈등 잦아…시설 확충 필요성 커져
▲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9일 오후 인천 부평역 광장 야외 벤치에서 노숙인들이 햇빛을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br>
▲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 부평역 광장 야외 벤치에서 노숙인들이 햇빛을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인천일보DB

경기지역에서 응급상황에 놓인 노숙인 구조를 놓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빈번하게 갈등을 빚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구조한 노숙인을 일시 보호할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회 등에 따르면 경기복지재단이 2020년 노숙인 실태를 조사 한 결과 노숙인은 모두 84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은 206명이었다.

수원 68명, 성남 61명, 안양 23명, 의정부 14명, 안산 9명,평택 9명, 부천 5명, 용인, 2명 등 특정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올 8월 현재 노숙인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노숙인들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경우 구조 책임을 놓고 경찰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관련법에 따라 노숙인이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거나 폭염이나 혹한에 노출되는 등 응급상황 시 마지막 책임은 사실상 지자체에 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노숙인 응급상황 시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경찰관이 나서야한다고 나와 있다. 이때 경찰관의 역할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직무집행법에는 구호대상자를 공공보건 의료기관이나 구호기관에 즉시 인계해야 한다. 구조한 노숙인의 최종 목적지는 지자체가 된다.

그러나 경찰이 구조한 노숙인의 인계를 지자체가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는 주취 상태, 시설부족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이유로 경찰청과 복지부가 지난 5월 만나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자체, 경찰, 소방 당국은 중대 질병이나, 동사 등 노숙인 응급상황 신고를 받은 곳에서 즉각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조치가 곤란할 경우 지자체는 인계장소를 안내하고, 경찰과 소방은 지정장소로 인계하기로 했다.

문제는 경기지역에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노숙인을 경찰이 인계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특히 응급 구호 노숙인의 치료를 담당하는 전담병원도 대부분 보건소다. 도내 진료지정병원은 49곳이 있는데, 이 중 43곳은 지자체 보건소다. 보건소가 오후 6시 이후 문을 닫는다는 특성상, 야간에는 노숙인을 인계할 곳이 결국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5월 경기도에 일시보호시설 진료시설을 확충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아직 경기도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진료시설이 보건소이기에 야간에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조치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