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범구 교수의 100번째 등산 '응봉산' 기념 사진.

등산은 근육량을 늘리는데 효과적이고, 체중 조절과 당뇨, 고혈압을 관리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자신의 신체 컨디션에서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관절염이 있는 환자도 적당한 등산은 권장할만하다. 특히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경치들로 행복을 넘어 활홀경을 느낄 때도 많았다. 전국 100대 명산을 오르며 필자가 느낀 등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멘탈 트레이닝, 즉 '상상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옛말에 '눈뜨고 코 베인다'라는 말이 있다. 복잡하고 험한 곳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모든 게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서는 정신 놓고 있다가 황당한 일을 넘어, 손해를 보는 일까지 생긴다. 그래서 '눈뜨고 코 베이지 않기'위해 늘 마음에 담아두는 말이다.

등산과 멘탈 훈련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등산을 하려면 먼저, 가려는 산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 위치, 가는 방법, 날씨는 물론이고 여러 등산로 중 어떤 등산로를 선택할 것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높이는 얼마나 높은지, 산불조심 기간에는 폐쇄가 되는지, 이 경우 가능한 등산로가 있는지 등을 등산 전에 알아봐야 한다. 인터넷, 유튜브 등은 물론이고 렘블러 앱 같은 등산 앱을 사용하거나 등산을 잘 아는 동호인들에게도 정보를 입수한다.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에는 출발시간과 교통수단, 들머리, 코스, 날시에 따른 복장, 물, 음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암릉이 많은 산이라면 바위에 접착이 잘되고 미끄러지지 않는 릿지 등산화를 준비하고, 흙산이라면 일반 등산화를 준비해야 한다. 입구에 도착해서도 들머리를 찾고, 가는 중에도 초행이고 길이 애매한 경우 이전 등반자가 매놓은 리본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등산앱에서 알려주는 경고음에도 신경을 쓰면서 현재 나의 위치를 인터넷상에서 지도로 확인해야 하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줄을 잡고 발을 어디에 놓을지도 순간순간 결정하고 생각해야 한다.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동선도 시시각각 체크한다.

등산 속도를 잘 조절해야지, 처음부터 급히 오른다면 조기에 지쳐 산행을 완수하기 힘을 때도 있다. 절벽을 끼고 산행할 때는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순식간에 절벽으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나의 방심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면 함께 산행하는 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산을 몇 번을 오르고 내리면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자의 본업은 무릎을 수술하는 의사로, 수술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하는 습관이 있다. 수술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 전 환자의 상태와 수술 부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다. 실제 환부를 확인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큰 산에 성공적으로 오르고 나면, 마치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과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 등 일상생활 순간순간에도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많은 도움을 준다. 등산이 신체상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준비과정과 실제 수행 시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함으로, 멘탈 트레이닝에 도움이 되는, 현대 사회생활에 아주 좋은 스포츠라 생각한다.

▲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범구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