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환히 빛내는 전기는 후버 댐으로부터 나온다.

댐의 유구한 역사는 기원전 29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집트는 피라미드를 건설할 정도로 꽤 높은 수준의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인류가 처음으로 만든 댐은 나일강 근처에 높이 11m, 길이 106m 규모로 돌을 쌓아 만든 석조 댐이다. 비록 원시적인 형태이지만 인공 건축 자재가 전혀 없었던 고대에는 최선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고 전해진다.

현재까지 유적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댐은 예멘 마리브에 있다. 기원전 7~8세기에 사바 왕국에 의해 지어졌으며, 초기 댐의 높이는 4m, 길이는 580m였다. 기원전 6세기가 되어 높이가 7m로 높아졌고, 기원전 2세기경에는 14m 높이로 증축되었다. 당시 이 댐은 강원도 속초시 면적과 비슷한 100㎢의 땅에 물을 공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인류는 물을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후 꾸준하게 댐을 지어왔다.

특히 산업화 후에는 농업 및 공업 용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19세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댐이 활발히 건설되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약 8만 개의 크고 작은 댐이 지어졌고,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댐이 건설 중일 것이다. 그중 후버 댐은 인류 역사를 새로 쓴 건축물로 규모와 효용성뿐만 아니라 인지도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완공 8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연간 관광객이 7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또한 후버 댐은 인근 지역에 충분한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근처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환히 빛낼 수 있도록 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 140여년 전 자그마한 백열전구로 빛을 밝힌 토마스 에디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오늘날의 네온사인은 항상 대낮처럼 밝은 라스베이거스의 상징과 같다. 만일 당장 후버 댐의 전기가 라스베이거스에 공급되지 않으면 그저 한때 번성했던 사막 한복판의 고대 유적 도시일 뿐이다.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는 라스베이거스의 이면에는 후버 댐의 수력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수력 발전은 높은 곳의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를 때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물살에 의해 터빈이 회전하면 전자기 유도 현상이 일어나 코일에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위치 에너지는 질량, 중력가속도, 낙하 높이의 곱으로 표현되므로 발전량은 댐에서 방출하는 물의 양과 낙하 높이에 비례한다.

즉 물의 양이 많을수록, 낙하 높이가 높을수록 전기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후버 댐에 저장된 물의 양은 약 320억t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소양강 댐보다 11배 많다. 또한 후버 댐의 수력 발전소는 건설 당시 세계 최대 수준으로 총 2080㎿의 발전 용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 서부의 산업에 필요한 물과 전기는 후버 댐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2003년 완공된 중국 후베이성의 싼샤 댐은 중국에서 만리장성 이후 최대 규모의 토목 공사로 평가받는다. 싼샤(三峽)는 3개의 협곡이라는 뜻으로 장강 중류를 가로막아 건설하였다. 싼샤 댐의 수력 발전소 역시 세계 최대 수준으로 연간 발전량은 약 850억㎾h다. 이는 국내 최대 수력 발전소인 충주댐의 100배에 달한다. 이처럼 다목적 댐은 단순히 치수뿐 아니라 수력 발전의 기능도 가지고 있을뿐더러 요즘은 관광지로도 활용되어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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