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기준금리 인상
경기 아파트 매매 시장 '거래 절벽'
기존 주택 매각·잔금 대출 문제 순
수분양자 미입주 사유로 많이 꼽아
전문가 “거래 활성화·DSR 완화를”
화성시 한 마을이 노후주택과 신축 다세대 가구가 밀집되어 있는 모습.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화성시 한 마을이 노후주택과 신축 다세대 가구가 밀집되어 있는 모습.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 내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새 아파트 미입주 사유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서다.

17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인 주택건설업체 500여곳을 상대로 지난달 전국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라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잔금 대출 미확보'(28.0%), '세입자 미확보'(26.0%) 등의 순이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아파트 매매 시장이 극심한 거래 절벽을 지속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중 주택을 처분하면서 공급 매물이 쌓여 집값 하락세를 주도한 측면도 있다. 다음달 수도권 입주 물량의 대부분이 경기도에 쏠리는 등 올해 3분기 내내 월 1만가구 이상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달 경기지역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801가구다. 이는 수도권 입주물량(1만7950가구)의 77%에 해당한다. 경기지역에는 지난 7월 1만970가구, 8월 1만1938가구 등 3분기 내내 1만가구 이상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 약세를 보이는 화성시(3764가구)와 성남시(2411가구), 남양주시(1960가구), 수원시(1594가구) 등에도 입주가 몰리면서 집값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단지 가구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 지역에서 해당 단지로 이사하면서 전세 물량도 늘어나 매매가격은 물론 전셋값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입주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잔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셋값을 내리기 때문이다. 수원 매교역 인근 입주 아파트들의 전셋값이 한 달 새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 넘게 내렸다.

수원 매교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2586가구는) 이달 말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데 계약율로 보면 50%정도 진행된 상황이니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내 집이 안 팔리는 문제와 대출을 받았을 때 이율이 높으니까 새 아파트로 가기가 망설여지는 문제 이렇게 두 가지가 가장 크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매물이 쌓이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매매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면 기존 주택 매도 지연에 따른 미입주나 역전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단지와 같이 입주가 몰리는 지역에서 단기적으로 매매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율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는데,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입주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 거래 활성화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지원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남춘·김보연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