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안나 경제부 기자.<br>
▲ 곽안나 경제부 기자.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고자 저녁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남편과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정처 없이 걷다 만나는 시원한 마트는 늦은 시간에도 계속되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멀뚱히 서 있을 수 없어 세워져 있는 카트 하나를 끌고 매장을 구경하다 보면 치솟는 물가에 물건 하나 담기가 겁난다. 들었다 놨다 망설이는 틈에 발견한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1+1 행사품목은 그날 저녁 유일한 소비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추석은 나의 걱정을 더한다.

가족들 찾아 뵈며 양손 묵직하게는 아니어도 일 년에 두 번밖에 없는 명절 느낌 나게 싱싱한 과일 한 박스씩 들고 가고 싶지만, 단순 계산해도 열 손가락 넘는 선물 대상자에 한숨만 깊어진다.

연일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매달 기록을 갱신 중이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인천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0으로, 전년동월대비 6.4% 상승했다. 이는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9%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3.5% 뛰었다. 물가가 전월과 같거나 하락하지 않는 이상,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길 것이란 전문가들의 관측이 쏟아진다.

매달 커지는 관련 통계의 숫자보다 시민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 체감도는 더욱 크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뼈아픈 현실이 돼버린 요즘이다.

오랜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는 명절이란 기대감보다 팍팍해진 호주머니 사정에 근심만 깊게 팬다.

/곽안나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