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용 변호사·인천기본소득포럼 공동대표.
▲김재용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변호사.

최근 인천시가 부평 캠프마켓 내 일본육군 조병창 지하호(지하시설)에 대한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작년에 시예산 1억원을 배정하여 예정한 사업인데, 캠프마켓 조병창에 일제가 만든 지하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의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굴조사를 시작한 부영공원 지하호(시설)는 그 출입구가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크고, 공원 길가 경사면에는 옆 비상구도 있고, 환풍기 역할을 하는 땅구멍도 여러 개 있다.

(사)인천부평사랑회에서 2021년 11월에 발간한 <기억의 흔적(굴포천, 캠프마켓, 조병창을 중심으로)>을 보면, 부평지역에서 발견된 일제의 지하호는 6개 지점에 50여개라고 구술되고 있다. 특히 부영공원의 지하호 발굴 지도를 보면 정교한 설계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 목적의 지하호임을 알 수 있다.

2020년 4월경 부영공원 지하호 내부에 들어가 탐사를 했던 부평문화재단 박명식 이사가 찍은 사진을 보면, 지하호 내부 천정과 벽면, 바닥은 견고한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고, 15개 이상 계단으로 된 비상구도 있어 그 규모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부평역사박물관에는 극비문서에 첨부된 일본육군조병창 지하호 지도가 있는데, 앞으로 그 지도에 따라 조병창 지하호를 발굴하면 어떤 규모의 지하동굴이 나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부평 조병창 관련 지하호는 함봉산(화랑농장) 일대 하부 능선에도 있다. 모두 횡혈식으로 24개가 있으며, 인근 3보급단 군부대 안에서도 6개가 발견되었다. 함봉산 지하호는 70년대 이후부터 젓갈류를 보관하고 숙성하는 용도로 사용해 왔으며, 주로 연안부두와 소래포구에서 가져온 새우젓을 숙성했는데 주민들이 '부평 함봉산 새우젓'을 많이 이용했다. 이외에 부평 일신동 군부대와 미쓰비시제강 공장이 있던 부평공원 일대에도 지하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지하호는 일제가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벌이면서 군수물자를 보관하고 미군의 공중폭격에 대비하는 방공호로 사용한 것이다.

최근 <인천 투데이> 7. 26일자 기사를 보면, 인천시가 추정하는 조병창 지하호는 총 길이가 4160m이고, 세부적으로 부영공원 지하시설(480m), 캠프마켓 B구역 지하호(520m), 실포지하시설(260m), 캠프마켓 D구역 지하관로(2900m) 등이다. 그 중 부영공원 지하호를 먼저 발굴조사 시작했는데, 내부탐사를 할 예정이며, B구역에 이어 D구역 지하관로까지 조사해서 부평 지하호를 전체 도식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육군 조병창에서 노역했던 사람들의 구술을 집필한, 인천대 이상의 교수의 저서 <일제의 강제동원과 인천육군조병창 사람들>을 보면, 조병창 내 공장에서 총을 만들면 지하벙커에서 성능을 시험하였고, 지하 땅굴에 보관했다고 한다. 조병창 내에는 땅굴이 여러 개 있었는데 내부에는 불이 밝게 켜져 있었고 방만한 크기의 굴이 길게 만들어져 있었다고 한다. 지하호는 미군이 공습하면 대피하는 방공호 역할도 했다.

부평 캠프마켓 조병창 지하호는 일제 침략의 병참기지로 사용되었다. 특히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부평 조병창을 지하화하고, 일본 도쿄에 있는 제1조병창을 부평으로 옮겨 전쟁을 계속하면서, 일본 본토에 집중된 미군폭격을 한반도로 분산하여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했던, 일제 침략의 증거요 흔적이다. 이제 시작된 인천시의 조병창 지하호 발굴조사는 이같은 일제 침략의 증거를 확보하는 중요한 시작이라는 점에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

/김재용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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