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년부터 '오후 8시까지 방과후학교' 논란]

돌봄 국가책임 강화 취지지만
일선 현장 의견수렴 없어 반발
“현재도 돌봄은 최고 기피 업무
민원에 사교육과정까지 전가”
아동 스트레스 커질 우려도 …
취임 후 첫 학교 현장 방문에 나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박 부총리는 이날 학교 내 협력적 학생 성장 지원을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 급식 및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후 첫 학교 현장 방문에 나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박 부총리는 이날 학교 내 협력적 학생 성장 지원을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 급식 및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추진할 예정인 '초등 전일제'로 인해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에 이어 교육계 혼란이 다시 한 번 일어날 전망이다. 교육단체 등은 교육부가 현장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방과 후 과정 확대를 통한 '초등 전일제' 운영을 내년부터 시범 운영해 2025년까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일제 학교 운영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기존 방과후학교 운영을 오후 8시까지 늘리고 돌봄 교실에 교육 기능을 추가해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방과후학교 운영 시간 연장에 따라 프로그램은 다양화시키고 교사의 업무 부담은 줄이기 위해 방과 후 전담 인력을 배치해 행정 업무 등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운영 기관 역시 교육(지원)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으로 둔다.

그러나 '초등 전일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한 교육부와 달리, 교육단체와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성시에서 12년째 돌봄 전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44)씨는 “전일제 학교 운영이 돌봄과 연계된다면 현장에서 (교사 등의) 의견 또는 여론 수렴이 필요했지만 그런 시도는 전혀 없었다”며 “일부 학교에선 돌봄 수요가 적어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 두 세 명과 교사만 덜렁 불 꺼진 학교에 남아있기도 하는데, 학교 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전일제를) 도입한다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리 재미있는 수업을 한다 해도 무턱대고 오후 7~8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게 과연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한다고 볼 수 있겠나”라며 “차라리 맞벌이 부부의 퇴근 시간을 단축해주는 등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등 전일제 운영은) 학교와 교원에게 보육과 사교육 과정을 전가하고, 업무 부담과 관리 책임을 짐 지울 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과의 민원·갈등까지 감당하게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교총은 “현재 돌봄은 교사들의 최고 기피업무”라며 “현재도 방과 후 과정과 관련한 난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학교와 교원의 부담은 고려치 않은 제도 확대는 옳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로 운영을 일원화하고 돌봄·방과후학교 전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초등 전일제 학교는 아동의 행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라 꼬집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2018년 '초등 3시 학교' 정책 추진 당시 전국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1.2%가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는 등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교육을 위해 설계된 초등학교 시설이 학생의 돌봄과 쉼을 보장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돌봄을 위한 학교 내 추가 공간 확보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맞벌이 부부 증가나 저소득층의 경우 돌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돌봄과 교육을 이분화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다만 각 학교의 상황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교육지원청 등과 연계하는 등 모델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