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주홍부전나비. /사진제공=생물자원관

큰주홍부전나비는 눈에 띄게 선명한 주홍색 날개가 아름다운 곤충으로 인천광역시 보호야생동식물의 하나이다(고시 제2006-123호). 인천에서 큰주홍부전나비의 주요 서식처는 공촌천으로 알려져 있고 글쓴이 역시 몇 년 전 아라뱃길을 산책하다가 두리생태공원과 정서진 끝에서 이 나비를 발견해 휴대폰으로 촬영한 적 있다.

우리나라에서 큰주홍부전나비를 처음 알린 사람은 영국의 곤충학자 리치(J.H. Leech)이다. 그는 동아시아의 나비 채집을 목적으로 1886년 일본을 방문했다가 조선에 들렸는데, 부산을 거쳐 원산에 약 한 달간 머물면서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반도산 나비를 많이 채집해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듬해 리치는 '런던동물학회지'에 일본과 한국의 나비를 발표하면서 “1886년 7월 원산에서 남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창도사 근처의 늪지대 풀밭, 폭우가 내리는 동안 거친 줄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 종을 채집했다.”는 글과 함께 큰주홍부전나비를 한국산 신종(Polyommatus auratus)으로 기재했는데, 나중에 영국이 원산지인 종의 아종(Lycaena dispar auratus)으로 변경하였다. 국명은 한국에서 나비연구가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이 영명(large copper)을 번역하면서 '작은주홍부전나비(small copper)'와 대조적으로 크다는 의미를 담아 '큰주홍부전나비'라고 작명하였다.

큰주홍부전나비의 주홍색은 무척 화사하다. 특히 수컷의 날개 윗면은 오점 없는 강렬한 색상으로 녹색 풀밭 위를 반짝거리며 날다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풀 위에 내려앉으면 금빛에 도는 듯 선명한 날개를 활짝 벌리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암컷의 날개는 주홍색과 갈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많아 성적 이형으로서 차이가 분명하다. 아종명 auratus는 금빛 장식의 아우라가 있다는 뜻이고 종소명 dispar는 서로 떨어져 있다는 뜻인데, 보통 암수의 생김새 차이가 심한 경우에 붙이는 학명이다.

큰주홍부전나비의 모식산지인 영국에서는 이 나비가 이미 1850년대에 자생지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나비 분야에서 생태복원 연구가 세계 최초로 시도되었다. 채집에 의한 남획과 함께 이 나비가 선호하는 이탄 습지가 농경지로 개발되면서 영국 내 서식처에서는 지역 절멸되었고 네덜란드로부터 재도입 연구가 추진되었다. 세계적으로도 큰주홍부전나비에 대한 유럽 중심의 관심사가 반영되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준위협종(NT) 등급의 보호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나비 연구자들 역시 큰주홍부전나비를 희귀종으로 생각해 왔다. 예전에는 휴전선 부근의 임진강 근처에 가야 볼 수 있는 북방계 종으로 귀하게 여겼는데, 최근 십여 년 전부터 큰주홍부전나비가 내륙 여러 곳에서 많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인천의 섬을 비롯한 중부지방과 서해안 중심으로 관찰 빈도가 높다. 그렇다면 큰주홍부전나비가 증가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이들의 생태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큰주홍부전나비는 애벌레의 먹이 식물인 소리쟁이(Rumex)가 풍부한 하천변에 주로 산다. 유충으로 월동하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봄과 여름 사이에 성충으로 나타나는데, 지역에 따라 연 1~3회 발생하기도 한다. 소리쟁이가 자라는 곳은 교란된 환경인 경우가 많은데, 나비 연구자들은 최근의 하천 정비 사업으로 직선화된 경관이 소리쟁이의 확산에 영향을 주었고 먹이 식물이 증가하면서 큰주홍부전나비의 분산에도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종의 입장에서 보면 서식하는 나라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국소적으로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현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세심한 환경관리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 비록 큰주홍부전나비가 우리나라에서는 증가 추세에 있지만, 인천에 살아가는 소중한 보물로 관심을 두고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