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
▲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

코미디언을 거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긴 코미디계의 황제 이주일씨다. 본명이 정주일인 그는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구리시 지역의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국회의원직을 마친 그가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 웃음의 차원을 넘어 지금까지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국회에 가니 국회의원들이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더라고요. 정치가 코미디인 줄 몰랐어요.”

고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기업은 일류, 행정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고 했다는데 코미디언 이주일 씨는 정치를 코미디라고 정의한 것이다. 요즘의 정치판을 보니 '정치는 코미디!'라는 말에 나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로 부인과 함께 세상의 관심 대상이었던 분이 인천광역시 계양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코미디 하나?” 고개를 갸웃했다. 계양구민으로 그동안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넘치게 받아온 선량께서 어느 날 갑자기 주소지를 서울로 옮긴 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것도 코미디였다. 그들 나름의 출마 이유가 국민에게 헛웃음을 안겨줘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李某) 교수를 후보자의 이모(姨母)로, 익명 처리된 기부자의 기업 이름인 한***(한국쓰리엠)을 후보자의 딸 이름으로 오판한 의원의 저질코미디도 있었다. 의원의 권위를 내세워 호통이나 치고 말꼬리를 잡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 방송을 보는 듯 해 동료 의원들조차 웃음을 감추지 못하자 “웃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학생들은 수업 중 절대로 휴대폰을 꺼내지도 못하게 하면서 대정부 질의가 진행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카톡 문자도 코미디 정치를 장식하고 있다.

흔히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면 “허 참! 소가 웃을 일이네!”라고 한숨을 내쉰다. 요즘은 코로나19,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민심이 각박해져 사람을 웃기기도 힘든 시절인데 소도 웃게 하니 정치는 코미디라는 명언에 다시 한 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선량들은 해마다 국민의 혈세 6억원을 보좌진과 본인의 인건비로 가져간다고 한다. 코미디 출연료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쓰디쓴 여론은 아마도 코미디언 정치인들을 솎아내자는 뜻이 아닐까. 지금은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다. 진정 '웃으면 복이 와요!'하고 감탄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