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광교산 인근 아파트 단지
토사로 배수 시설 막혀 수해 잦아
주민 “시 '무대책'에 악순환” 분통
호매실동·분당·판교도 침수 피해
소방 관계자, 시설 부족 원인 꼽아
▲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린 가운데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황구지천 농수로 수문에 승합차가 급류에 휩쓸려 박혀 있다. 운전자는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이틀째 휘몰아치는 폭우로 경기도 일부 신도시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안전성' 면에서 계획적인 설계가 이뤄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피해가 속출,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9일 광교신도시(영통구 이의동 일대) 한 아파트 단지가 물에 잠겨 대부분 시설이 유실·파손되고 지하주차장 내 차량 수십대가 침수 피해를 봤다. 광교산과 인접한 이곳은 전날 8일 오후 11시50분쯤부터 상당한 양의 빗물·토사가 쏟아지듯 들어와 피해가 속수무책이었다.

빗물은 성인 무릎까지 차오른 정도여서 넘어져 다친 주민도 있었다. 다행히 주민들이 잠에 든 시간대라 보행자가 적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전기시설도 고장 난 상태여서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이 아파트는 기록적인 폭우가 있을 때면 여러 차례 재해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 내린 집중호우에도 수원지역에서 피해가 컸던 장소로 분류돼 수원시가 집중점검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예방대책이 나오지 않았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피해가 재현됐다.

복잡한 설계 구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설계 구조상 도시지역에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치하는 '경관녹지'를 사이에 두고 광교산이 둘러싸여 있다. 경관녹지에 배수시설이 설치돼있으나, 산에서 흘러온 토사로 막히면 빗물은 그대로 단지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그동안 재산상 손해와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 A씨는 “경관녹지는 수원시에서 관리하는 시설인데 거기서 유입이 되는 거니까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수년째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라며 “애초 광교신도시 안전 설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시공사(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관해 수원시 이의동·하동·원천동 용인 상현동·영덕동 등 1130만㎡ 면적에 조성됐다. 사업 홍보 당시 '명품 도시'를 앞세웠으나, 공교롭게 주택, 도로, 상가 일대 등이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사고가 상습적으로 있었다.

집중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대황교 지하차도가 침수된 가운데 출동한 소방관들이 펌프를 이용해 물빼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집중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대황교 지하차도가 침수된 가운데 출동한 소방관들이 펌프를 이용해 물빼기 작업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인근 택지개발지구인 호매실동 일대도 119안전센터와 접한 도로 50여m 구간이 침수, 구급차 출동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성남시 분당과 판교 역시 도로·상업시설에 피해가 잇따랐다. NH농협은행 분당 테크노파크지점도 물에 잠겨 복구까지 정상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현장에 있는 소방 관계자들은 시설 부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도시는 폭우 상황을 가정해 충분한 배수시설이 설계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방 관계자는 “물이 넘치는 곳에 나가면 열에 아홉은 배수가 잘되지 않고, 결국 시설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오물 등으로 인해 있는 시설이 기능을 잃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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