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취수장서 1차분 1일 26만5000t·2차분 30만8000t 끌어 쓸 계획
여주시, 갈수기 농업용수 부족·지역발전 지체 이유 제동…상생방안 요구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인천일보 DB

약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용수(用水)전쟁'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 용수를 공급하기로 한 여주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용인시는 갑작스런 변수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용인시와 ㈜용인일반산단(이하 산단)에 따르면 산단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도체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여주 남한강에서 1차분으로 1일 26만5000t과 2차분 30만 8000t의 공업용수를 끌어다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 1일 11만t, 여주 북내면에 SK천연가스 발전소 1일 2만t가량 등을 합치면 여주 남한강 취수장에서 SK 관련산업 등 타지역에 공급하는 용수가 80만3000t 가량이다.

이같이 남한강 취수장에서 공급하는 공업용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여주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주시와 여주시의회는 갈수기 농업용수 부족과 지역발전 지체로 지역의 인구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상생방안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지난달 22일 세종대왕면 간담회와 지난달 5일 경기도 주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상생은 한쪽 희생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와 정부, 경기도는 상생방안 없이 여주에서 물을 끌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시장은 SK측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을 위해 1차 공급분으로 여주 남한강에서 일일 26만5000t의 물을 끌어가겠다고 하는데, SK-여주시 차원의 상생협력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주시의회도 지난달 28일 임시회를 마무리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상생방안 촉구'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여주시가 각종 중첩규제로 고통받으면서도 2500만 수도권 시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남한강 물을 보호해 왔다”며 “물을 받기 위해 여주지역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여주시는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 등이 참석한 '용인 반도체산단 용수시설 TF' 첫 회의에서 여주시, 경기도시공사, SK건설 등에 여주시 관내에 공동주택, 공공임대주택, 산업단지, R&D 센터를 건설하는 계획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산단은 당시 용수 공급시설과 취수 관로가 설치되는 4개 마을 주민과 지난해 11월부터 협의를 벌여 60억∼7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취약계층 사회공헌활동 방안 등도 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단 측은 지난해 5월부터 공업용수 시설 구축을 위한 인허가를 용인시에 요청했으나, 여주시와의 이견으로 관련 절차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 제안과 별개로 여주시가 최근 TF 회의에서 상생방안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제안해 온다면 협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통상 산단에 입주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내는 재산세와 취득세, 법인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일부를 특별조정교부금 형태로 여주시에 더 지원하는 형태의 중재안을 여주시와 경기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성·홍성용 기자 jskim3623@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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