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있는 임금은 어진 신하에게 묻고 듣는다
▲ 진정한 무사(武)는 창(戈) 쓰지 않고(止) 맨주먹으로 싸운다.  /그림=소헌
▲ 진정한 무사(武)는 창(戈) 쓰지 않고(止) 맨주먹으로 싸운다. /그림=소헌

한민족의 정치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애민愛民'이다. '民'은 불특정한 모든 백성을 의미겠지만 그것은 너무도 공허하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서 民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독거노인, 부모가 없는 유아, 병든 자, 이재민 등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하여 국가가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는 의식으로만 있었던 애민의 실체를 밝혔다. 그것은 약한 백성과 농민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民人을 잘 살게 하여 뿌리(本)를 튼튼하게 내리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가 펼친 '民이 근본'이라는 민본주의는 백성을 통치나 보호의 대상으로 볼 뿐이었고, 봉건시대 아래에서 스스로 통치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마치 유언과도 같은 <경세유표>와 <흠흠신서>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정약용의 책들은 비결이 되어 동학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자신이 지은 '다음 시대를 기다리다'는 뜻을 지닌 '俟菴사암'은 혁명가 정약용의 또 다른 호다.

儉(검)은 아끼는 것이요 武(무)는 힘자랑하는 것을 뜻한다. 도덕경 제30장 儉武(검무-힘자랑하지 않는다)에서 노자는 임금의 어진 정치사상을 논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꿈 같은 임금 상(像)이란 어떤 것일까? 임금은 나라의 도리에 대해 원칙대로 묻고 듣기만 하면 원칙을 세우지 않아도 잘 다스려진다(坐朝問道좌조문도)로 요약할 수 있다.

道로써 民人을 돕는 성인聖人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 무력을 쓰면 반드시 보복으로 돌아온다. 군대가 머문 곳에는 가시덤불만이 자라고, 큰 전쟁이 벌어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따른다. 훌륭한 정치인은 자연의 도리를 따라 스스로 열매를 맺듯이 여물게 할 뿐 강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열매를 맺지만 자만하지 않으며, 열매를 맺지만 교만하지 않는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좋은 열매를 맺게 하되 강한 힘으로 휘두르지 않는다. 만물은 나고 자라며 노쇠하게 마련이다. 힘자랑하는 것은 도에 어긋나며 이렇게 도에 어긋나게 행하면 이내 멸망할 것이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善者果而已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果而勿强.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道德經> 第30章-儉武)

 

武 무 [굳세다 / 무기]

①武(굳셀 무)는 원래 사람의 발목을 자르는 창의 일종이었다. 戊(도끼 무) _(도끼 월) 戎(병기 융) 등이 있다. ②사람의 '발'을 그린 止(지)는 움직여 나아가는 것이었으나 점차 '머문다'는 뜻으로 굳어졌다. ③武(무)는 창(戈과)을 들고 걸어가는(止) 모습을 표현했다. ④진정한 무사(武)는 창(戈) 쓰는 짓을 멈추고(止) 맨주먹으로 싸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휴가를 마친 尹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24%)를 나타냈다. 지속적으로 불거진 인사 문제, 경험자질 부족, 독단적 태도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민심을 읽기 전에 책 한 구절 읽을 것을 제안한다. “성인은 아픈 사람은 어루만져 주고 낙심한 사람의 어깨를 두르려 주되 죄지은 자는 엄히 다스리는 나라를 세운다. 덕 있는 임금이라면 민인이 원하는 것을 어진 신하들에게 물을 것이다. 그러면 옷자락을 늘어뜨리고 팔짱을 끼고 있어도 그 교화로 나라의 도를 다할 것이다(출처-서경)”. 그것이 바른길(正道)이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lt;수필처럼 한자&gt;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