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난 3층 철거작업자 조사
1차 합동감식서도 '화기 못 찾아'
이천시, 숨진 5명 장례 지원 의결
▲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5일 4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시 관고동 건물 화재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이천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사고 수습에 나섰다.

지난 5일 오전 10시20분쯤 이천시 관고동 한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는 등 4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불로 숨진 5명은 모두 4층 병원에서 발견됐다. 사망자 4명은 환자이고, 1명은 간호사이다. 이들은 이천의료원에 안치됐다. 42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난 건물 1층에는 음식점과 사무실, 2∼3층에는 한의원과 사무실 및 스크린골프장이 영업 중이다.

불은 이날 오전 10시 17분 한층 아래인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선 작업자 3명에 의해 시설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천장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자체 진화를 해 보려다가 실패하자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내부 집기들을 태우며 확산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연기가 건물 내 배관을 타고 4층에 있는 병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당시 병원 안에는 환자 33명,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환자와 의료진들은 연기를 확인하고도 투석 조치가 진행 중인 탓에 빠른 대피가 어려웠고, 일부는 건물 내에 고립되기도 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오전 10시31분쯤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펌프차 등 장비 21대와 소방관 등 51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 오전 10시55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은 큰 불길을 잡고 본격적인 인명 수색을 시작했다. 화재 발생 1시간10여분 만인 오전 11시29분쯤 진화 작업을 완료했다.

오전 11시32분쯤 4층 병원 한 병실에서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불은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으나 짙은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 이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사고 건물 면적 및 위치도./사진제공=연합뉴스
▲ 이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사고 건물 면적 및 위치도./사진제공=연합뉴스

#5명이나 숨진 이유는?

숨진 5명이 발견된 곳은 투석전문병원이다. 불이 날 당시 환자들은 투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팔에 연결된 투석기 관은 작동 도중 빠지지 않는 데다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많아 대피 시간이 더 소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이 난 건물이 법적으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기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 소방법상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이 건물은 일반 철골조의 연면적 2585㎡ 규모이기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은?

경찰은 화재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재 당일 노규호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강력범죄수사대 및 이천경찰서 직원 등 총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당일(5일)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과 함께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감식 결과 3층 골프연습장 입구에 있는 1번 방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1번 방 내부가 전소됐고 나머지 장소는 피해가 덜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철거 작업을 한 A씨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이들은 폐업한 스크린골프장 내에서 시설 철거를 위해 내부 바닥과 벽면 등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작업 도중 용접 절단기나 토치 등 불꽃을 이용한 도구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일 진화 작업 완료 직후 진행된 경찰 등의 1차 합동 감식 과정에서도 화재 현장에서 화기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철거 당시 작업자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당시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 씨의 발인이 7일 오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사망자 지원 대책은?

이천시도 화재 참사와 관련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김경희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모두 8개 반, 20여 명으로 편성됐다.

상황관리총괄반, 이재민구호반, 홍보대책반 등으로 꾸려져 팀별로 총괄 사고 대응, 이재민 지원, 수습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시는 6일 김경희 시장 주재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희생자 5명의 장례비 지급보증 등 지원 대책을 심의 의결했다.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장례비를 지급 보증하되 이번 화재 참사의 책임 소재가 수사를 통해 가려지면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신속하게 가동해 사고 현장 대응과 수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성용·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