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온통 어수선하다.
정치를 비롯해 경제, 외교, 국방 등 무엇하나 안정감 있는 정책 기조가 보이질 않는다. 새 정부 출범 3개월이 채 안 됐는데, 마치 정권 말 3개월 남아 레임덕이 만연한 분위기다.
교육부총리와 장관은 하루가 멀다고 대형사고를 치고, 국방부 등 일부 부처는 중차대한 보고를 누락하고 뒷수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형국이다. 새 정권도 민간인 해외순방 등으로 연신 구설에 올라 누굴 나무랄 수도 없는 입장인 듯하다. 정부의 시스템이 인터넷 최강국답게 5G 속도로 삐거덕댄다.
올해 7월 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이후 24년만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연일 고공행진이다. 또 경제성장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국민을 더 암울하게 한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연 2.7%에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앞서 5월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가 살아나면서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0.7% 성장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가 부진하고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까지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3분기와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전망한다. 하반기 이후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수출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한 고물가·저성장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 국민 스스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극우 인사가 독일에서 소녀상 철거를 외치고 국민은 물론 일본인, 독일인이 이를 막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을 연출해 국제적 망신을 샀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관계 개선' 배경에 혹여 '제2의 위안부 합의'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국민의 걱정이 태산이다.
또 하나의 국민 걱정은 경찰국 신설 및 출범이다. 경찰조직을 31년 만에 행안부 산하에 다시 두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놀랍고 끔찍하다. 정부가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국민과 14만 경찰구성원의 의견은 철저히 짓밟혔다. 과거 군사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분간이 안 된다. 그 긴 시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고, 그만큼 회복했던 경찰구성원의 31년 노력이 불과 2개월 만에 원점으로 회귀한듯하다. 이 과정에서 '꿀 먹은 벙어리'와 다름없던 경찰 수뇌부에 대한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찰구성원의 목소리를 '12·12 쿠데타'에 빗대는 모욕적 언동으로 경찰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경찰은 총칼을 동원한 집단'이라고 폄훼, 경찰의 위상과 명예가 땅에 떨어져 짓밟혔는데도 정작 경찰 수뇌부는 침묵했다. 굳건하다고 믿었던 14만 경찰의 조직이, 바늘구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국민은 참담했다.
경찰 수뇌부라는 자리는 14만 경찰구성원을 등지고 보호하며, 어떠한 불의하고도 당당하게 맞서야 할 위치다. 거꾸로 자리보전에 연연, 구성원을 나무라고 탄압하는 자리가 아니란 얘기다. 수뇌부는 낯뜨거워 국민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이 또한 국민이 바로잡기에 나섰으니, 그들만의 수뇌부로 남기를 바란다. 국민은 변함없이 경찰을 응원한다. 언제쯤 국가가 국민을 섬기는 나라가 될지 서글픈 현실이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