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열린 펄어비스 과천 신사옥 입주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사진제공=과천시

유망 게임회사 ㈜펄어비스가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새사옥을 마련해 5일 입주를 마쳤다.

안양에서 출발한 펄어비스가 고향을 떠나 과천에 새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과천시로선 환영할 일이지만 안양시의 입장에선 ‘집토끼’인 알짜 벤처기업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펄어비스 신사옥 입주식…신계용 과천시장 “격하게 환영한다”

5일 오전 11시 과천지식정보타운 12-1블록에 자리한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펄어비스 신사옥 ‘홈 원’ 공식 입주식이 진행됐다.

신계용 과천시장, 김진웅 시의회 의장과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 이지은 대외협력실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안양에서 과천으로 본사 소재지를 이전한 펄어비스는 이날 입주식을 통해 본격적인 과천시대를 알렸다.

허진영 대표는 인사말에서 “과천지식정보타운 프로젝트 시작 4년 만에 사업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입주식을 맞이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가 있기까지 수고한 사업 관계자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과천시, 출발부터 성장을 함께해온 안양시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계용 시장은 축사에서 “안양에서 터를 잡아 성장했고 과천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재성장하길 기원한다”고 환영했다.

신 시장은 “지식정보타운에 여러 굴지의 기업체가 들어오지만 처음 입주하는 펄어비스에 대한 과천시와 시민들의 기대가 남다르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테이프 컷팅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사옥을 한 바퀴 둘러봤다.

펄어비스 측은 시설 보안을 이유로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입주식과 사옥 투어를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2010년 안양에서 작은 게임 개발업체로 창업한 펄어비스는 대표작 ‘검은사막’의 성공으로 현재 150여 개국, 4500만명의 유저에게 서비스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회사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개발 중인 ‘붉은사막’과 신작 ‘도깨비’ 영상 공개만으로도 수많은 게임팬의 기대를 받고 있다.

 

▲펄어비스 본사 과천 이전, 그동안 안양은?…타임라인

지난 12년간 쉼 없이 달려온 펄어비스는 2016년 직원수 150명에서 지난 3월 기준 858명으로 인원이 5배 이상 늘어났다.

평촌스마트스퀘어 내 자리한 8층짜리 구사옥 ‘안양오피스’ 외에도 인근 3개 건물을 임차해 사용할 만큼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구사옥이 비좁아지고 개발부서가 분산돼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펄어비스는 흩어진 조직을 한데 모을 신사옥이 필요했다.

이 같은 동향은 안양시 귀에도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2017년 10월 안양 인덕원역 인근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산업용지 공급계획이 확정됐다.

이 시기를 전후해 안양시 내부에서도 기업 유출 가능성이 대두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시 고위인사는 기자에게 “게임회사뿐이 아니고 (안양의) 회사들이 커져 독립 사옥을 지으면 과천으로 갈 것 같다는 얘기들이 있었다”며 “우리도 걱정하고 (대책을) 논의했었다”고 당시 공직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과천시는 그해 11월 17일 지식정보타운 산업용지 분양 공모에 441개 기업이 신청서를 냈다고 발표했다.

우려대로 이 중에는 펄어비스도 들어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안양시는 펄어비스 신사옥 부지 물색에 들어간다.

실제 시는 평촌신도시 학운공원 내 제1종일반주거지역 병원용지로 지정된 A의료재단 측 부지 7659㎡(당시 공시지가 기준, 약 157억원)의 매입을 제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해 11월 22일 시 기획경제실장, 기업지원과장(현 기업경제과), 펄어비스 부사장과 임직원 등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앞서 시는 병원용지 종상향 등 행정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펄어비스는 종상향이 이뤄지더라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발생이 예상되고 이로 인한 사옥 건립 지연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도가 변경되더라도 회사가 필요로하는 용적률 400%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입주신청 부지는 6942㎡(약 2100평)으로 규모로 병원용지보다는 다소 적었지만, 용적률을 500%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펄어비스는 병원용지 매입을 포기하고 과천 신사옥 건립에만 부지취득비 237억원 포함, 129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기업경제과 관계자는 “병원용지 외 타 부지들도 알아보기 위해 당시 노력을 많이 했지만, 펄어비스가 과천으로 가게 돼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가 주변에선 ‘시가 펄어비스 신사옥 부지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전직 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펄어비스가 옛 대한전선(현 평촌스마트스퀘어)에 임대로 막 들어오고 나서 회사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안양에 있고 싶어했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강구, 당연히 붙잡았어야 했다”고 또 다른 아쉬움을 표했다.

/안양=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