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즈강을 걷다보면, 인천이 가야할 길 보인다

차도 줄이고 보행로·자전거도로 공사
걷기가 일상인 도시…앞으로 더 기대
전깃줄·전봇대 無…맨홀뚜껑도 예술

쇼디치, 청년 열광 명소…거리예술가득
공공미술로 도시의 품격 올릴 수 있어야

템즈강 잇는 다리들 세심하게 디자인
야경·수변 산책로 등 시설 볼거리 넘쳐

테이트 모던 등 많은 미술·박물관 무료
▲ 템즈강 타워브릿지./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2 관광 트렌드의 키워드 'HABIT-US'는 여행을 '나의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7개의 키워드(Hashtags, Anyone, Beyond boundary, In a wink, Therapy, Usual unusual, Special me)는 여행이 더이상 관광지 도장 깨기 방식이 아니며 장소, 시간, 방법은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졌음을 보여준다.
2022년 여름, 우리는 어떤 도시를 여행하고 싶을까? 지난 6월 3주간의 영국 답사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첫째, 사람 중심의 도시. 둘째,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도시. 셋째, 표현하는 도시. 넷째, 멈출 수 없는 도시. 다섯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 런던에서 만난 공공조형물
▲ 런던에서 만난 공공조형물./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1> 사람중심의 도시

지난 6월 런던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도시 내 모든 도로를 정비해서 차도는 줄이고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었다. 원래 심한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졌고, 단체여행객들에겐 필수인 코치(COACH, 우등버스)는 주차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정차 공간을 찾기도 무척 힘들다. 현지 가이드로부터 “런던시가 앞으로는 아예 도심으로 코치를 타고 오지 말고 외곽에 주차 후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라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런던이 'Healthy Streets for London' 정책을 통해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환경 개선을 통해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018년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ZHA, Zaha Hadid Architects)가 발표한 'Walkable London' 제안서에서도 몇 개의 가로 공사만으로는 도시 혼잡, 오염, 공중보건, 경제적 혜택 및 사회적 자본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이룰 수 없으며, 걷기를 도시의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도시교통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완전한 보행자 네트워크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행중심도시는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도시에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감내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Healthy Street, Healthy City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고, 불편함이 함께한 런던 답사였으나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런던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 전기줄 없는 가로와 잘 정돈된 보행공간과 포장의 연속성.
▲ 전기줄 없는 가로와 잘 정돈된 보행공간과 포장의 연속성./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2> 아름다운 도시

런던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동안 왜 모든 거리가 깨끗하고 예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다시 길을 보니 길에는 축 늘어지고 뒤엉킨 전깃줄도 스티커로 도배된 전봇대도 없었다. 보도의 포장은 대부분 석재로 말끔하게 마감이 됐다. 특히 눈길을 잡은 것은 포장 위 맨홀뚜껑이었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모든 뚜껑들의 위치에 부합하는 포장 패턴의 연속성을 유지하여 동일하게 마감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완성도 높은 깨끗한 보행로와 광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영국의 도시들은 사람들을 걷거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제안하고 있었고, 가로와 건물 앞 공지 등 공공 공간들은 거리의 연속성, 안전성, 심미성을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도시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큰 간판들로 둘러싸인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프라들이 잘 정리되고 안전한 보행환경을 통해 사람들이 쾌적한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 쇼디치 지역의 그라피티
▲ 쇼디치 지역의 그라피티./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3> 표현하는 도시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는 인류의 최대발명품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숙소가 쇼디치(Shoreditch) 지역에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동네를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런던의 동부 'East End'에 있고,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지역이었던 쇼디치는 지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더욱 심한 침체를 겪었으나, 싼 임대료가 창작자와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게 되면서 동네는 소위 말하는 명소가 됐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장소, 인기 장소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 걸까? SNS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시각적 자료로 기록하고 공유하기를 좋아하는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의 재미난 요소들이 거리에 가득해야 한다. 쇼디치 지역은 다양한 숍, 사무실, 작업실, 카페뿐만 아니라 그라피티(GRAFFITI), 뱅크시(BANKSY)로 대변되는 낙서, 거리예술들이 골목마다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상상력, 창의력,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거리의 그림들은 더는 낙서가 아닌 예술로 다가왔다. 관주도형, 재생사업으로서의 벽화그리기가 아닌, 장소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공공예술로서의 그라피티를 우리나라에서도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민간영역에서 정말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그라피티라면 좀 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제공되는 공공미술은 도시 탐험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1967년 영국의 미술행정가 존 월렛은 저서 에서 '공공미술'은 우리가 사는 일상 공간에 설치된 작품부터 디자인된 장소 전체를 통칭하는 미술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2011년 영국시장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시장'에 선정된 스피탈필즈 마켓(Old Spitalfields Market) 주변 비숍스 스퀘어에서 마주친 실물 크기의 어미 코끼리 조형물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어미 코끼리 조형물 주변으로 케냐에서 발견된 고아 코끼리 조형물 19개를 숫자를 세어가며 찾아보았다. 조형물에는 아기 코끼리의 나이, 이름, 성별이 적혀있었고 QR코드가 있어서 기부도 가능하도록 해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의 편집서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에서 공공미술은 기존 미술의 사회적 성찰과 공공의 실제적 참여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기억하는 공공미술이 있는가? 공공미술과 함께 기억되는 장소가 있는가? 1995년 의무화 된 '건축물미술작품제도'로 만들어지는 조형물과 지자체의 지역 상징 조형물로 넘쳐나는 우리들의 도시는 우리가 만들고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의 품격을 충분히 표현하고 하고 있는지 되물어 봐야한다.

 

▲ 골든 주빌리 브릿지
▲ 골든 주빌리 브릿지./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4> 멈출 수 없는 도시

웨스트민스터 브릿지, 골든 주빌리 브릿지, 워터루 브릿지, 블랙프라이어스 교, 밀레니엄 브릿지, 런던 브릿지, 타워 브릿지는 런던에 머무는 기간 동안 걸어서 오고간 템즈강의 다리들이다. 템즈강의 평균 폭이 260m 정도여서 걷기에 적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유가 없이 여름날 다리를 건너기는 쉽지 않다. 즉 템즈강의 남과 북을 오가며 걷고 싶은 이유가 날마다 있었다는 것이다. 다리라기보다 보행로로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된 밀레니엄 브릿지와 야경을 위해 밤에 다시 찾게 되는 런던 브릿지, 타워 브릿지뿐만 아니라 다리를 건너면 항상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수변 산책로와 앵커시설들의 네트워크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멈추고 싶을 때까지 템즈강을 오가며 도시를 탐험하게 하는 런던은 내겐 멈출 수 없는 도시이다.

 

▲ 연 500만명이 찾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5>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도시

런던의 테이트 모던, 내셔널 갤러리, 스카이가든 등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무료이다. 공짜라고 하면 흔히 품질을 기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런던의 무료 미술관과 박물관 등은 공간도 전시된 작품들도 너무 훌륭했다. 실제로 연 200만 명을 예상하고 설립한 테이트 모던은 연 500만 명이상이 방문했고 이번 방문에서는 전시 공간과 편의 시설이 증축된 더 멋진 테이트 모던을 만날 수 있었다.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와 드뮈롱(Herzog & de Meuron Atreckten)이 다시 확장공사를 맡은 것도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됐다. 그래서인지 증축의 공간들은 기존의 미술관과 이질감 없이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초기에 여러 작품과 건립비용을 후원한 헨리 테이트 경, 운영과 유지를 후원하는 600개가 넘는 기업, 유료회원 15만 9000명 그리고 증축을 위해 3759억원을 단독으로 후원한 영국계 미국인 사업가 레오나르도 블라바트닉의 존재와 엄청난 숫자들이 부러웠다. 지속적인 기증과 후원으로 수많은 영국의 국민과 전 세계의 방문객들은 테이트 모던을 부담 없이 더 자주, 더 많이, 더 오래 방문 할 수 있다. 2022년 우리 사회는 기증과 후원을 이끌어내는 힘과 그 의미를 배웠으면 한다. 그 도시의 가장 핫한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무료인 도시, 런던은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도시, 매력적인 도시, 다시 가고픈 도시이다.

▲ 파터노스터 스퀘어./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 인천대로 일반화 프로젝트,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 캠프마켓 공원화사업, 소래습지생태공원 활성화사업, 자전거 이용 활성화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도시가 인천이다. 이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졌을 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기회들을 어떻게 잘 만들어갈 것이지 고민하고 실행해야한다. 런던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에 하나는 파터노스터 스퀘어(Paternoster Square)이다. 1940년의 폭격으로 폐허로 변한 장소는 1967년, 2003년 두 번의 재개발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장소성과 주변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첫 번째 재개발의 결과와 엄청난 대가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겨진 두 번째 재개발의 과정을 우리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두르지 말고 미루지 말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인천 최고의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서로의 자리에서 노력해야 한다. 사람중심의 도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도시, 표현하는 도시, 멈출 수 없는 도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도시 인천을 기대한다.

▲ 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 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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