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5일,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만화 작화를 맡고 있던 장성락 작가의 부고가 떠 업계인들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글로벌 조회수 142억 회에 일본 픽코마 2019년 올해의 웹툰 등을 기록한 인기 웹툰의 작가가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급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웹툰과 웹소설 등 비실사 기반 시각문화 창작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게 남 일일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창작자들에게 손목이나 목, 허리 통증은 너무나 당연한 직업병이고 당뇨와 고혈압, 통풍, 암 등은 물론 덧글 공격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데 이러한 병이 백 번 양보해 직업병의 영역이라면, 업체와 독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묵인하는 ‘착취’의 영역도 불문율처럼 자리하고 있다. 범인은 바로 ‘분량’이다.
웹툰의 주당 연재 분량은 현재 거의 평균 70~80컷으로 규정돼 있다시피 하다. 이 숫자는 작품을 제한할 때의 기준점이 되기도 하고, 웹툰 독자들이 1차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량의 정량적 수치기도 하다. 문제는 웹툰의 주류가 총천연색 채색이고, 이를 저만치나 그려 주마다 연재한다는 건 개인 단위에서는 애초에 일상과 휴식 일체를 포기하고 오로지 만화 작업에만 매진해야 가능한 일이다. 분량이 곧 모든 문제의 근원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독자들은 늘 분량이 적다며 분노하고, 연재처들은 이를 시스템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방치한다. 결국 노동 환경이 열악해져 가는 과정과 이유마저 의지와 독자 눈치 보기라는 작가의 선택 영역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업체들은 무급 휴재권 보장이나 건강검진 등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병이 날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게 먼저고 그게 궁극적인 보호책이다. 심지어 이건 웹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일연재로 날마다 최하 5천 자를 채워야 하는 웹소설의 노동 강도도 매우 심각한 상태다.
결국 실로 많은 창작자들이 이미 물리적 체력적 한계에 도달해 있음에도 업계는 여전히 ‘너 아니어도 싼 값에 이 일 할 놈은 많다’라는 태도를 견지한 채 보도자료발 기사로 작가들이 챙겨가는 전체 평균 액수가 얼마라 자랑하고, 이를 본 독자들은 언제나 ‘내 보기에 큰 돈 받는데 태업하는 나쁜 작가’를 응징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2022년. 아직까지도 ‘싼 인건비에도 성실한 노동력’이 강점이어선 안 된다.
결론. 웹툰의 경우 하루 최대 6컷×5일=주 30컷 정도 분량, 즉 현행 절반 이하를 기준으로 연재 체제가 재편되어야 한다. 웹소설 또한 마찬가지. 그러지 않으면 그 다음 부고장이 금세 다른 작가의 이름을 적은 채 날아들 것이다. 안타까워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행 수준의 분량을 원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업체가 고료와 수익율을 곱절로 높여라. 도울 사람이라도 더 고용할 수 있게 말이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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