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인천은 '영화의 도시'라 불릴 만하다. 개항(1883년) 후부터 오늘날까지 부침을 거듭하며 변화무쌍함을 과시하는 등 영화를 만들 요소를 두루 갖췄다. 여기에 기라성 같은 배우·탤런트를 수두룩하게 배출한 곳도 인천이다. 이런 데도 오래 전 부산에 세계가 알아주는 국제영화제 개최를 내줘 내내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늦은 감은 있지만, 인천에 유수 영화제를 유치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그래서 나온 인천여성영화제,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독립영화제 등이 '인천의 자존심'을 그나마 지켜준다. 2005년 시작된 인천여성영화제는 매년 7월 여성의 눈으로 본 영화를 20~30편씩 소개하면서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직접 기획·진행하는 영화제이다. 2013년부터 5월에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관객들에게 이주와 이민 등에 따른 '문화 다양성'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색깔이 아주 분명한 영화제다.

인천독립영화제도 10주년을 맞아 8월11일부터 14일까지 동구 미림극장에서 펼쳐진다. 인천의 영화와 영화인,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제다. 인천의 이야기를 꿋꿋이 담아온 영화제의 이번 슬로건은 '머지않아'다. 시민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지난 10년을 돌아본다. 아울러 곧 다가올 인천지역 영화의 새로운 10년의 풍경도 마주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올해 인천독립영화제에선 인천 연고 영화인이 만들었거나, 인천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25편으로 관객을 만난다. 일반 부문 17편, 청소년 부문 8편과 영화제 1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인천 리얼 스토리'2편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제 전체 섹션을 지역 영화로만 구성하는 영화제론 인천독립영화제가 유일하다.

인천독립영화제는 단순히 독립영화를 상영·감상하는 행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시민들의 투표로 관객상을 선정하고, 섹션마다 '관객과의 대화'도 벌인다. 영화제 분위기를 북돋기 위한 10주년 기획 '인천독립영화제 다시보기'도 진행한다. 영화제를 통해 극장을 넘어 다채로운 공간에서 인천의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10년이란 이정표를 세우려고 힘을 쏟는다.

이들 영화제가 지난 세월을 버팀목으로 삼아 인천시민, 나아가 국민들과 어울어지는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각양각색의 사람과 영화를 나누겠다는 의지는 바로 인천이 지향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하는 정신 아니겠는가. 인천 앞바다가 그러하듯, 모두를 품고 나아가는 영화제이길 기대한다. 훌륭한 소재를 지니고 펼치는 만큼 많은 수확을 거두리라고 믿는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