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문화 부문 시정 우선순위로
시위없는 市 정부 만들고 싶어
시민 이야기 더 듣고 발로 뛸 것

머물고 싶은 인천…청년에 양질 일자리 제공
주거·부채문제 세심히 살필 계획

체육회 발전 위해 머리 맞대고
진흥 조례 개정 의견 충분히 교환
예술인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

“인천시와 인천시민을 위해 현장을 직접 뛰면서 결정할 수 있는 직책을 맡겨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인천광역시 역사상 첫 여성 부시장에 이름을 올린 이행숙(61)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은 1일 '인천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정복 시장과 함께 민선 8기 시정철학인 '균형·창조·소통'을 실현하기 위해 정무부시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인천시민을 위한 소통을 강조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인천시민을 위한 소통을 강조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이 부시장이 6·1지방선거 당시 '정복캠프' 대외협력본부장에 이어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을 맡는 등 '민선 8기 유정복호' 출범의 주역 중 한 명이고, 그동안 정치권뿐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폭넓게 활동했지만, 민선 8기 첫 정무부시장에 임명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천은 여전히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인천시청에 근무하는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의 비율을 보더라도 27.1%에 불과하고, 9대 인천시의회의 경우 정원 40명 중 여성 시의원은 7명으로 1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부시장은 “저를 정무부시장에 임명한 시장님의 결단을 두고 여성계에서는 유리천정이 아니라 콘크리트벽을 깼다는 평가도 있었다”며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은 저를 마지막으로 없어지고, 앞으로 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부시장이 여성계에서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선 7기에서 균형발전 분야를 담당했던 정무부시장이 민선 8기에서 문화복지 분야를 맡게 돼 지난달 일부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이 부시장은 “문화체육관광국, 복지국, 여성가족국을 정무부시장 소관으로 편제를 바꾼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복지와 문화 부분에 대해 민선8기가 시정운영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라며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인 인천은 과거 개항문화도시로서의 풍부한 유산이 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문화 인프라를 충분히 키우지 못해 등록 미술관 수도 전국 최저수준인 5개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정무부시장 직속으로 시민소통담당관과 청년정책담당관도 신설됐다.

이 부시장은 시민과의 소통에 대해 “대부분의 시위는 자신들의 답답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민선 8기는 시위없는 인천시 정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취임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시청 앞 광장에서 3건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 부시장은 이들을 모두 집무실로 불러 시위에 나서게 된 사연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통의 기본은 시민의 이야기를 더 크게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민원이 곧바로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일주일 단위로라도 진행과정을 설명드리겠다. 더 이상 억울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행숙 부시장은 오래전부터 청년들과 맺은 인연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그를 따르는 청년들이 많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덩치 큰 청년들을 끌고 다니면서 붙은 별명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은 인천의 미래이자, 우리를 지켜줄 보호막이기도 하다”며 “일자리가 없어 인천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의 문제는 청년정책 담당부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며 “주거문제, 부채문제, 비혼자 증가에 따른 출산률 감소 등 인천시 모든 부서가 공동의 관심사항으로 청년이나 여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이 부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인천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인천에 연고를 두고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6000여명 가량 된다”며 “우선, 인천 예술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해서 인천에 적합한 지원 사업을 설계하고, 특히 지원 대상 예술 장르를 확대해서 예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창작생애주기에 따른 예술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 신진예술가부터 원로까지 전 세대가 인천에서 안정적으로 예술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로예술인이나 신진예술인이 복잡한 지원서류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예술인들이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절차와 방법 등의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서 예술인 누구나 진입장벽 없이 공모사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시장은 체육계와의 화합, 소통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 겸직 금지 이후 민선 체육회장이 선출되면서 시와 체육단체간의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그는 “그동안 축구, 카누, 에어로빅 등 다양한 종목에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체육계 인사들과는 교류가 많았다”며 “조만간 가맹단체장들을 찾아뵙고 체육회의 발전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오는 9월 '체육진흥 조례'를 개정, 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천광역시 체육진흥협의회'를 신규로 구성하고, 체육단체와의 원활한 의견교환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당장은 업무파악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살필 겨를이 없다”며 “서구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살고 있는 곳이어서 당연히 부시장으로서 살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오히려 역차별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유정복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 중 하나로 유 시장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유 시장이 '균형·창조·소통'이라는 민선 8기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시민들게서도 잘 알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평소 아침에 일어난 후 30분간 스트레칭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이행숙 부시장은 “이번 여름휴가에는 '불멍'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시민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는 존 버거와 이브 버거 부자가 주고 받은 편지를 모은 책 <어떤 그림>을 꼽았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